즐겨찾기+  날짜 : 2026-06-15 22:30:1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
·17:00
··
·17:00
··
·17:00
··
뉴스 > 칼럼

감나무와 오이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10일
형효순 수필가

앞마당 그늘진 감나무 아래에서 오이 싹이 저 홀로 올라왔다. 없앨까 놔둘까 망설이다 그냥 두었는데 기특하게 담장까지 쑥쑥 올라왔다. 너 참 대단하다 날마다 칭찬을 해주었더니 이쪽저쪽 노란 꽃을 물고 오이가 열렸다.
칭찬에 기가 살았는지 오이덩쿨이 감나무 가지까지 타고 올라갔다. 너 그러다 잘린다. 그만 올라가거라. 내 경고 무시하더니 결국 남편에게 딱 걸렸다. 남편이 낫을 들고 들어간다. 그늘진 곳에서 인고의 시간으로 살아온 오이 덩굴을 차마 잘라내게 둘 수 없어 의견이 충돌 했다.
“이 마누라야. 오이보다 감이 더 중하지”
“어이구 영감님! 밥상 차려놓고 오이 뚝딱 따 먹는 맛은 어쩌고”
이것이 화근이 되어 상처 받는 말까지 주고받았다.
결국 밤에 등을 돌리고 누웠다. 날선 감정에 잡혀 창밖을 내다보니 감나무와 오이 덩굴이 사이좋게 달빛을 받으며 우리를 흉보고 있다.
‘나는 서리가 내릴 때 까지만 있을 것이고, 너도 찬바람이 불면 없어질 텐데, 왜들 저리 야단일까’
‘그러게 사람들은 작은 일에 쓸데없이 참 잘도 싸우지’
그러네. 왜 우린 다투었을까. 그 하찮은 일 때문에 아니지 그 말투 때문이었다. 하긴 그런 말투는 남편만 그랬을까. 나도 마찬가지다. 가끔 딸들에게 남편 흉을 보면 냉정하게 아빠도 말투가 그렇지만 엄마도 결코 만만찮다고, 이편도 저편도 들지 않았었으니까.
딸이 그러지 않던가. ‘달랑 둘이 남아 살면서 둘 중 한 분이라도 없으면 어떻게 농사짓고 살려고 그 나이에 다투시오. 아직도 신혼이요? 서로 생각하면서 살아야지 이 세상에 누가 제일 중허요’ 어쩌고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엄마가 시집도 안간 딸에게 들어야 할 말이 아닌 것 같아 머쓱해졌다. 하긴 지난번에 넘어져 다리를 삐끗거리자 아침밥도 해주고 병원에도 데려가고 화장실 사용까지 도와주었지 않았던가. 자식에게 하지 못할 말, 남들에게 하지 못할 말 다하면서 내 속에 있는 그 감정이란 놈은 참 줏대가 없다.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하니….
살면서 상대의 장점이 단점보다 많으면 살만한 것이라고 자식들에게 노상 말해 놓고선 어미의 처신이 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 쓸쓸하다는 혼술 혼놀 혼식을 하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 세상에서 무엇이 제일 중하다고 말해야 할까. 사실 중하지 않는 것들이 있을까. 사람의 관계 말고도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바람, 햇볕, 비와 눈, 잡초, 화초, 나무, 물, 우주 공간에 가득 차 있는 모든 것들은 하나같이 소중한 것들임이 분명하다. 내 곁에 있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미처 느낄 수 없을 뿐이다.
남편과 나처럼 오이가 중한가. 감이 중하냐를 따지다 보면 결국 해답은 없다. 다만 인간의 잣대로 희소가치가 있는 것은 수억에 해당하는 귀중품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것들까지도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필수품은 아니지 않은가. 그냥 오늘 하루 내가 필요한 것만큼만 먹고 쓰면 족하리라.
나이든 옆지기의 감정을 긁었던 것이 후회가 되어 창밖을 보니 달님이 빙그레 웃는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10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장애인 삶의 장벽 허문다… 정읍시 포용복지 본격화  
수십 년 경계 분쟁, 김제 지적재조사가 하나씩 지워간다  
남원시보건소, 민간단체와 손잡고 건강증진사업 확대  
청년이 모여 만든 변화, 김제 죽산 청년마을로 완성하다  
책을 빌려주는 공간에서 ‘삶을 채우는 공간’으로  
김제시,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총력  
웃음 늘고 관계 넓어졌다… 복지관이 바꾼 노년  
“깨끗한 도시 만든다”… 정읍시, 청소행정 ‘호평’  
포토뉴스
전북 관광기념품 100선 공모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전북을 대표할 관광기념품 발굴에 나선다.재단은 오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2026 전북특별자치도 관광기념품 1 
전북 관광기념품 100선 공모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전북을 대표할 관광기념품 발굴에 나선다.재단은 오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2026 전북특별자치도 관광기념품 1 
전주세계소리축제 ‘월드뮤직 렉처콘서트’ 첫걸음 성황
2026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5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월드뮤직 렉처콘서트’가 첫 회차부터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전 
전주천년한지관, 단오 풍속 담은 전통 부채 만들기 체험
전주문화재단이 단오를 맞아 전통 부채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전주문화재단은 오는 20일 전주천년한지관에서 ‘한지골 단오맞이 
이중근 회장, 전국 노인 게이트볼대회 이끌며 현장 소통 강화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전국 노인 게이트볼대회를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년과 화합을 응원하는 한편, 현장 복지 행보를 이어가며 노인 권익 증진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