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9-29 14:40:3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2:00
··
·12:00
··
·09:00
·17:00
··
·17:00
··
·17:00
뉴스 > 칼럼

감나무와 오이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10일
형효순 수필가

앞마당 그늘진 감나무 아래에서 오이 싹이 저 홀로 올라왔다. 없앨까 놔둘까 망설이다 그냥 두었는데 기특하게 담장까지 쑥쑥 올라왔다. 너 참 대단하다 날마다 칭찬을 해주었더니 이쪽저쪽 노란 꽃을 물고 오이가 열렸다.
칭찬에 기가 살았는지 오이덩쿨이 감나무 가지까지 타고 올라갔다. 너 그러다 잘린다. 그만 올라가거라. 내 경고 무시하더니 결국 남편에게 딱 걸렸다. 남편이 낫을 들고 들어간다. 그늘진 곳에서 인고의 시간으로 살아온 오이 덩굴을 차마 잘라내게 둘 수 없어 의견이 충돌 했다.
“이 마누라야. 오이보다 감이 더 중하지”
“어이구 영감님! 밥상 차려놓고 오이 뚝딱 따 먹는 맛은 어쩌고”
이것이 화근이 되어 상처 받는 말까지 주고받았다.
결국 밤에 등을 돌리고 누웠다. 날선 감정에 잡혀 창밖을 내다보니 감나무와 오이 덩굴이 사이좋게 달빛을 받으며 우리를 흉보고 있다.
‘나는 서리가 내릴 때 까지만 있을 것이고, 너도 찬바람이 불면 없어질 텐데, 왜들 저리 야단일까’
‘그러게 사람들은 작은 일에 쓸데없이 참 잘도 싸우지’
그러네. 왜 우린 다투었을까. 그 하찮은 일 때문에 아니지 그 말투 때문이었다. 하긴 그런 말투는 남편만 그랬을까. 나도 마찬가지다. 가끔 딸들에게 남편 흉을 보면 냉정하게 아빠도 말투가 그렇지만 엄마도 결코 만만찮다고, 이편도 저편도 들지 않았었으니까.
딸이 그러지 않던가. ‘달랑 둘이 남아 살면서 둘 중 한 분이라도 없으면 어떻게 농사짓고 살려고 그 나이에 다투시오. 아직도 신혼이요? 서로 생각하면서 살아야지 이 세상에 누가 제일 중허요’ 어쩌고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엄마가 시집도 안간 딸에게 들어야 할 말이 아닌 것 같아 머쓱해졌다. 하긴 지난번에 넘어져 다리를 삐끗거리자 아침밥도 해주고 병원에도 데려가고 화장실 사용까지 도와주었지 않았던가. 자식에게 하지 못할 말, 남들에게 하지 못할 말 다하면서 내 속에 있는 그 감정이란 놈은 참 줏대가 없다.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하니….
살면서 상대의 장점이 단점보다 많으면 살만한 것이라고 자식들에게 노상 말해 놓고선 어미의 처신이 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 쓸쓸하다는 혼술 혼놀 혼식을 하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 세상에서 무엇이 제일 중하다고 말해야 할까. 사실 중하지 않는 것들이 있을까. 사람의 관계 말고도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바람, 햇볕, 비와 눈, 잡초, 화초, 나무, 물, 우주 공간에 가득 차 있는 모든 것들은 하나같이 소중한 것들임이 분명하다. 내 곁에 있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미처 느낄 수 없을 뿐이다.
남편과 나처럼 오이가 중한가. 감이 중하냐를 따지다 보면 결국 해답은 없다. 다만 인간의 잣대로 희소가치가 있는 것은 수억에 해당하는 귀중품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것들까지도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필수품은 아니지 않은가. 그냥 오늘 하루 내가 필요한 것만큼만 먹고 쓰면 족하리라.
나이든 옆지기의 감정을 긁었던 것이 후회가 되어 창밖을 보니 달님이 빙그레 웃는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10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올해 김제 지평선축제는 완전히 새롭다”  
“사계절 내내 깨끗하게, 귀성객 맞이는 정성스레”  
추석 연휴, 군산에서 추억을 쌓다  
군산시, 전통시장 장보기로 풍성한 한가위 준비하세요  
벌초하러 고향 찾은 사람들, ‘파파실’에 웃음꽃 피다  
“약속을 실천으로” 강경남 정읍경찰서장 취임 100일  
환승 · 미식 · 공연… 익산역 원도심 소생 프로젝트  
김제시, 만성질환자 합병증 예방을 위한 지속 관리  
포토뉴스
박금숙 작가, ‘K-한지한류공헌혁신대상’ 수상
한지 작가 박금숙 대표가 35년간 이어온 한지 창작과 문화교류 활동을 인정받아 ‘2026 K-한지한류공헌혁신대상’을 수상했다.박 작가는 대한민 
완주 여행의 밤이 길어진다…‘완주나잇’ 26일 첫선
완주의 가을 여행이 해가 진 뒤에도 이어진다. 고택과 갤러리, 관광농원 등 지역의 특색 있는 공간에 공연과 전시를 결합한 야간관광 프로그램이  
사진으로 다시 보는 영화…고사동에서 할리우드까지
전주에서 독립영화부터 충무로 상업영화, 할리우드까지 영화와 사진의 관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전북문화관광재단 우수기획전시지원사업 
진안홍삼축제 관광객, 전주까지 발길 이었다
진안홍삼축제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전주 주요 관광지까지 이어졌다. 지역축제를 단일 행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근 관광지와 묶 
전주 독립영화 5편, 헝가리 관객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들이 헝가리 관객을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25일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제19회 헝가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