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萬卷書 行萬里路 – 책과 길이 함께 만든 나의 배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1월 11일
이택규 편집위원회 부위원장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 짧은 이 여덟 글자 속에는 한 인간의 삶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지혜가 응축되어 있다. 이 말은 단순한 독서와 여행의 권유를 넘어, 앎과 삶, 이론과 실천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진정한 이해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삶의 철학이다. 이는 읽고 깨달은 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라는 지식과 경험의 완전한 조화를 의미한다. ‘독만권서’는 내가 아직 가지 못한 세계와 만나지 못한 사람들,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체험하게 하는 가장 깊은 배움의 통로이다. 필자에게 독서는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타임머신이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속 알제리의 태양과 인간 소외의 차가운 바람은, 그 땅을 밟지 않아도 내 안에 선명히 각인되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인류사의 거대한 흐름을 조망하게 하며, 지금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제도와 관습이 사실은 역사적 선택의 결과일 뿐이라는 통찰을 주었다. 필자는 어린이 교육기관을 운영하며 자기계발을 위해 수많은 책을 읽어왔다. 교육학, 심리학, 인문학, 철학서를 넘나들며 배운 것은 결국 ‘사람의 온기’였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마음의 공감이며, 교실의 공기를 바꾸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사실을 책이 가르쳐주었다. 책은 생각의 깊이를, 행동의 방향을,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기준을 세워 주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간접경험’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필자는 책만으로는 세상을 다 이해할 수 없었다. 책 속의 지중해는 글자와 상상으로 그려진 풍경일 뿐, 피부로 느낀 햇살의 온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필자는 길을 나섰다. ‘행만리로(行萬里路)’의 여정은 단순한 방랑이 아니라, 책으로 그린 세계 지도를 실제 풍경과 대조해보는 ‘활동적 학습’이었다. 파리의 바스티유 광장을 처음 밟았을 때, 책으로 읽었던 혁명의 열기가 남아 있던 그 자리는 평화로운 공원으로 변해 있었다. 그 순간 필자 스스로 ‘시간의 변화’와 ‘기억의 힘’을 체감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난 운전기사 와얀은 “행복은 많아서가 아니라 감사할 때 온다”는 짧은 대화였지만, 책 한 권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다. 중국 샤먼의 보이차 가게에서 노년의 주인은 “차는 기다림의 예술”이라 했다. 그 말은 내가 일상에서 잊고 있던 ‘쉼’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또 베트남 하노이 전쟁박물관에서 본 여성의 일기장은 역사책이 전하지 못한 인간의 감정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었다. 책이 역사의 뼈대를 세워준다면, 여행은 그 뼈대에 살과 피, 그리고 온기를 불어넣는다. ‘독만권서’와 ‘행만리로’는 서로를 완성시키는 선순환의 고리를 이룬다. 책 없이 떠나는 여행은 풍경을 스치는 관광에 그치게 하고, 경험 없는 독서는 박제된 지식으로 남는다. 필자는 여행지를 정할 때마다 그곳의 책을 먼저 펼친다. 유현준 교수의 ‘인문건축여행’을 읽고 중국 과시욕의 상징인 CCTV(중국국영방송사) 본사 빌딩을 알게 되었고, 베이징 현장에서 “아, 이것이 중국 과시욕의 끝판왕 CCTV 건물이구나”라는 감탄이 단순한 놀라움이 아닌 이해와 경외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놀라운 건축물의 건축가인 렙 콜하스가 한국에 지은 건축물(리움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점)을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책이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고, 여행이 책의 의미를 현실로 확장시킨다. 책은 생각의 경계를 넓히고, 여행은 마음의 경계를 허문다. 읽기만 하면 관념에 머물고, 걷기만 하면 방향을 잃는다. 그러나 읽고 난 뒤 걷기 시작하면 세상은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讀萬卷書 行萬里路’의 참된 의미다. 우리는 모두 독자이자 여행자다. 책이라는 안내서를 손에 쥐고, 세상이라는 거대한 지도를 따라 걸으며, 자기 인생이라는 책을 한 페이지씩 써 내려간다. 책은 내게 ‘생각의 날개’를 주었고, 여행은 ‘실천의 발’을 주었다. 그 두 가지가 만나 비로소 완전한 배움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새로운 책을 펼치며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다시 다짐한다. 읽고, 느끼고, 걸으며 배우는 삶—그것이 내가 믿는 인생의 철학이자 필자가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는 가장 소중한 가르침이다. 지금, 독자 여러분은 어떤 책을 펼치고, 어떤 길을 꿈꾸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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