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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퍼센트 독트린의 추억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24일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이달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 중 세계사에 큰 영향을 남긴 인물 중 하나는 11월 3일 서 거한 딕 체니 전 미국부통령이다. 미국이 9.11사태를 겪은 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의 징 후가 조금만 보여도 바로 때려야 한다는「1퍼센트 독트린」을 고집한 인물이다. 그의 업 적에 대한 필자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체니 독트린 하에서 일어난 일들 몇 가지를 들어보자. 그는 안보관련 용의자들이 통상 적 법집행의 테두리를 벗어나 고문받는 것을 허용하였다. 그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앞세워 미국이 제2차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도록 하였다. 그 결과로 이라크 뿐만 아니라 중동 전체가 불안정하게 되♘고, 이로 인해 난민이 유럽에 유 입되어 유럽의 반이민 정서가 커져 극우세력이 부상하게 되었다. 그는 테러세력 근거지에 대한 공격을 구실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토록 하였다. 결국 구소련에 이어 미국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 동안 수렁에 빠져 헤매다가 꼬리를 내리고 퇴각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딕 체니는 골수 보수주의자였다. 강성의 신념을 감춘 부드러운 매너로 주요 공직들을 섭렵했다. 제럴드 포드, 조지 H 부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요직을 거쳤고, 하원 야당 원 내대표를 맡기도 했다. 역사에서 공인은 대개 전체 프로필로 평가되는 게 아니고 한 두 가 지 한 일로 평가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온건 중도파는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역사에 족적을 남기는 인물들은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좇아 밀고 나가는 사람들로서, 당시로 보면 극단주의자로 보였던 사람이 많다. 체니는 자신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다. 그런 데 극단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항상 좋은 방향은 아니다.
체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적이었다. 체니는 세계에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을 중시했으나, 트럼프는 자국중심주의를 택하였다. 둘 다 대통령이 더 큰 권한을 가 져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공통점이 있지만, 트럼프가 선거결과를 뒤엎으려 한 것을 체니는 달갑지 않게 여겼다.
필자는 2005년 미국 대통령 방 바로 옆에 있는 부통령 방에서 체니를 만났다. 당시 정 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온 직후 이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자 리였다. 체니는 백안관 깊숙이 자리잡고 앉아 외부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고 있었는데, 필 자가 라이스 대학교 교수 시절부터 교분이 있는 전 국무부장관 제임스 베이커 3세의 도움 으로 만든 자리로서 필자가 참석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 만남의 성과로 당시 체니의 부 정적 태도로 진행되지 않고 있던 6자회담이 재개되었다.
사정을 모르는 당시 한국언론들은 외교당국자가 아닌 국회의원이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이라는 중요한 의사일정을 거르고 체니와의 면담에 참석했다고 비판했는데, 필자는 굳 이 해명하지 않았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언론노출을 삼가고, 여유가 있을 때에 언론과 소통한다는 필자 나름대로의 원칙 때문이었다. 사실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필자 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한미 정상간 소통을 도운 적이 몇 번 있♘으나, 언론이 낌새를 알 아차리고 추적하면 기사가 안 되도록 주요 내용을 누락시켜 따돌리곤 했♘다.
면담 중 계속 조는 척하던 체니 부통령은 정동영 장관이 설명을 마치자, 김정일을 지 칭하면서 “당신은 그를 믿느냐”고 했다. 정장관이 “믿든 안 믿든 북한 최고지도자가 뱉 은 말은 정책이다’라고 응수하자, 체니는 “한시적으로 대화를 허용할 테니 콘돌리자 라이 스 안보보좌관과 얘기해보라”고 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공인이었던 딕 체니 부통령의 서거에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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