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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위령제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25일
형효순 수필가

참깨 고랑에 풀이 수북하다. 일주일 동안 여행 일정이 잡혀 내일까지 풀을 매야 한다. 마음이 바빠져 햇빛이 쨍쨍한데 호미를 들었다. 풀과의 전쟁이 선포 됐다.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이 없다면 지구는 황량한 흙덩이가 될 것이라는 잡초 예찬론자도 있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민초들 애환을 시로 표현하는 풀이기도 하지만, 농사꾼에게 풀은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잡초도 만만치 않다. 살아남으려는 지혜가 보통이 아니다. 참깨를 닮은 풀이 참깨 인척 참깨 곁에 숨기도 하고, 쇠비름은 그늘에 뽑아두면 시원해서 좋소~ 햇빛에 널어놓으면 따뜻해서 좋소~ 여러 개로 잘라놓으면 분양해 줘서 좋소~ 하니 엉큼하기 이를 데 없다.
몸에 좋다는 비단풀도 위장 전문가다 땅에 납작 엎드려 놓치기 일 쑤고 일 미터씩 뻗어가는 바랭이 풀도 콩 포기 뒤에 바람 따라 살짝 잘도 숨는다. 잘 자란 명아주는 매번 뽑을까 말까 고민스럽다. 가을에 훌륭한 지팡이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풀은 가만히 있고 나는 움직이니 풀과의 전쟁에서 내가 승자가 된다는 것은 분명 어김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밭을 매다 문제가 생겼다. 하필 개미들이 이사를 가고 있었다. 개미는 방천에서 시작해 긴 밭고랑을 통과하여 산 밑 풀숲까지 이어져 있다. 풀을 뽑아내면 개미에게는 치명적인 일대 혼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일주일 후에 다시 와서 맨다면 두 배의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다. 한 동안 고민을 하다 결국 일어섰다. 언젠가 보았던 애니메이션 ‘개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많은 개미들을 모두 죽일 수는 더 더욱 없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작은 풀 하나를 뽑았을 뿐인데 행군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 그 조그만 더듬이를 들고 갈팡질팡, 흙더미에 묻히고 구르고 뒤돌아나가고, 무슨 일이냐고 따라오던 개미들이 앞발을 들어 물어보고. 괜한 짓을 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하필 오늘 이사를 가나. 할 수없이 복병을 숨긴 풀에게 백기를 들었다.
일주일 뒤 밭에 와보니 그 고랑 풀이 누렇게 죽어 있었다. 남편이 풀을 매지 않은 고랑이 이상해 제초제를 사용했단다. 그것도 그날.
틀림없이 아무 생각 없이 제초제를 사용했을 것이다. 말하지 못하고 간 내가 잘못이다. 수천마리 개미가 몰살을 당했으니 어쩌나. 머리가 띵 하다. 벌레 한 마리라도 죽이면 안 된다는 불심이 오늘은 참으로 민망한 날이다. 서 너 개의 돌을 모아놓고 합장을 했다.
심어놓은 곡식을 위주로 살아야 하니 가끔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무명잠자리 삼베잠자리 고추잠자리도 보기 드물다. 물방개 방아깨비 때때치 풍뎅이 장수하늘소도 귀해졌다. 곤충도감에서나 볼 수밖에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제는 비료 없이, 농약이 없이는 아무것도 가꾸고 거둘 수가 없어졌다. 약은 더 많이 사용하는데 병충해는 굳세게도 살아남아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는 병충해를 없애려고 다정했던 곤충들을 박살내고 있다. 이맘 때 쯤 이면 길가에까지 흔전만전 올라오던 국수버섯, 가지버섯, 꽃 버섯도 구경조차 어렵다. 그리고 그런 것 들이 없어져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먹기 간편한 인스턴트식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있을까. ‘성품이 안온하면 나물죽도 향기롭고 욕심 보다 더한 불길 없고 성냄보다 더한 독이 없다’는 법구경 말씀이 도처에 명시 되어 있건만 나 또한 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해 보면 인간 보다 더 잔인한 동물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우리에게 별로 해를 끼치지 않는 개미를 몰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다시 두 손을 모은다.
‘개미들아 정말 미안하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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