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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멧돼지와 일본의 곰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07일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TV 프로그램 중에서 제법 인기를 끄는 프로의 하나가 “나는 자연인이다”다. 자동차 매연가스로 가득 찬 도시를 떠나 깊은 산속에 오두막을 짓고 자연에 맞춘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다. 그들의 삶을 필름으로 전해주는 MC는 대개 개그맨인데 그들의 수더분한 얘기가 시청자의 비위에 잘 맞아 인기가 있다. 사람들의 접근이 드문 곳이라 외롭기도 하겠지만 자연인들의 삶은 고달파 보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10년 또는 20년 가까이 산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낭만이 있을 듯싶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멧돼지를 비롯한 산짐승들의 출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의 멧돼지들은 코로 땅을 파 오두막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공격을 당하기 전에는 공격하지 않는 동물인지라 그럴 염려까지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좀 다르다. 일본 삼림지대에는 곰의 서식이 많다. 전국적으로 수천 마리의 곰이 살고 있는데 기후 변화에 따라 반달가슴곰의 인구 밀집 지역 출현이 잦아진다. 곰은 야행성 동물이지만 먹이를 찾아 대낮에도 동네로 내려오는 수가 많다. 금년에만 13명이 곰의 습격으로 죽었다. 특히 지난 10월 한달에는 88명이 습격을 받아 7명이 사망하는 불상사까지 생겼다. 일본 남서부 규슈와 오키나와는 따뜻한 지역으로 곰이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외의 모든 지역은 곰 경계령이 발효 중이다. 한국에서는 곰도 경계 대상이긴 하지만 주로 멧돼지 피해가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멧돼지는 반드시 떼를 지어 다닌다. 공격 대상이 정해지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데 여기에 떠받치면 살아남기 어렵다. 설혹 살아나더라도 중상을 면치 못한다.
일본에서 등산을 즐기는 분들은 상당수가 곰종(熊鈴)을 배낭에 매달고 다닌다. 딸랑딸랑거리는 소리가 근처에 있는 곰에게 전달되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지혜다. 곰이나 멧돼지 같은 맹수들은 사람의 소리가 나거나 금속성 종소리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내가 대학생 시절이니 지금부터 65~67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지리산 등산객이 많지 않을 때다. 나 역시 전북대 산악반을 조직하여 처음으로 지리산에 갔는데 구례 화엄사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억수같은 장맛비가 내리는 밤에 5명의 대학생과 화엄사 젊은 스님 몇분이 모여 앉아 4.19혁명 등 시국담을 나눴다. 그런데 스님 한 분이 “내일 산에 올라갈 때 반드시 백반을 가지고 가라”고 일러줬다. “왜 그러느냐?”고 하니까 뱀이 많아서 나무에 걸쳐있던 뱀이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한다고 겁을 줬다.
시디신 백반 냄새를 뱀이 싫어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지만 빗속을 아무리 헤매고 다녀도 나무에 걸친 뱀 구경은 하지 못했다. 젊은 스님이 젊은 학생들을 만나 농담 한번 한 것으로 지금까지 기억한다. 아무튼 한국 농촌에서는 열심히 농사지은 농산물이 멧돼지 등쌀에 거덜나는 피해를 많이 본다. 일선 지구에서는 떼로 몰려다니는 멧돼지들에게 일정 시간 군에서 먹고 남은 짬밥을 모아서 큰 양동이에 모아 놓는다. 멧돼지들은 시계도 없는데 정확한 시간에 맞춰 짬밥 통으로 몰려와 배고픔을 해결하고 간다. 100kg 이상 200kg쯤 되는 거대한 몸집으로 새끼들을 인솔하여 다니는 것을 보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며칠 전 부산 범어사 근처에서 멧돼지 두 마리가 출현하여 행인 두 사람이 큰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멧 돼지 퇴치를 위해 농촌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하며 특히 지자체에서는 엽사(獵師)를 동원하여 사살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농민 중에서는 밭 둘레로 전기선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이는 불법이기도 하고 자칫 사람이 피해를 당하기도 해서 위험천만이다. 멧돼지의 무지막지한 돌진은 쉽게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까지는 수렵으로 사살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처럼 보인다. 겨울에 눈이 쌓이면 먹을 것을 찾아 인가로 내려오는 멧돼지 퇴치에 당국이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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