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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선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08일
형효순 수필가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찡그려지는 사람이 있다. 그때 그 사람과 그냥 스쳤더라면, 더는 깊이 친하지 말 것을, 내 속을 그렇게 까지 보이지 말 것을, 좋은 사람도 많았지만 후회하는 인연도 있다. 살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벗이 다섯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 했던가. 다섯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얼마나 좋을 일인가.
설우님을 만난 것은 석천선생님 소개로 갤러리 선을 찾으면서 부터다.
그리 크지 않은 갤러리 선에는 소박한 그림과 책들이 가득 차 있었다. 파마와 염색을 하지 않은 반백의 머리가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왔다는 설우님은 찾아오는 사람마다 커피를 집적 볶아 내려준다. 덕분에 커피의 깊은 참 맛을 알게 되었다.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맛 볼 수 있는 행복을 누리기도 한다.
그림은 잘 팔리는 것 같지 않았다. 팔려도 그림주인에게 전액을 내어 준다. 이윤은 그만두고 받아놓은 그림이 팔리지 않을까 그림 주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노심초사 한다. 무료 커피에 팔리지 않은 그림과 소품들을 보면서 가끔은 걱정이 된다. 너무 봉사만 하는 것이 아닌지 하고….
불심이 깊어 얼굴빛이 맑다. 그렇다고 본인의 뜻을 선선하게 굽히지도 않는다. 옳다고 생각되면 강하게 주장한다. 문학, 종교, 사회면에서도 해박한 지식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내가 존경하는 것은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 하는 마음이다.
피어나는 꽃 한 송이에 정을 담뿍 표현하는가 하면 과일 하나 채소 한 잎까지 감사해 한다. 아주 오래 된 옷도 버리지 않고 고쳐 입는 검소함은 정말 본 받아야 할 것들이다. 네 사람이 앉으면 꼭 맞는 조그만 나무탁자 위에 단정한 유리잔에 꽃잎이 띄워져 있기도 하고, 길가에 버려진 상처 난 꽃 한 송이가 꽂혀 있기도 하다. 사람이 지켜야 할 겸손함을 배운다.
갤러리 선에 다니는 사람들은 참 다양하다. 자주 다니다 보니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친숙해졌다. 젊은 청년에서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갤러리 선을 자주 찾아온다. 종교도 다양하다. 목사와 신부, 여호와, 무속인 무엇 때문에 이처럼 나이와 종교 성별에 상관없이 설우님을 찾아올까. 생각해 보니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하는 포용성과 사람들이 지닌 장점을 끊임없이 칭찬하는 마음씨 때문이었다.
수필집 <천강에 뜨는 달>은 설우님이 불교신문에 게재 한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전국에 있는 사찰을 돌아보면서 또는 문화재나 우리나라의 전통 옷과 음식 등을 그림과 곁들여 쓴 여행 답사 글이다. <여영정 뜨락>에서는 살면서 느낀 삶의 지혜를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문장으로 풀어냈다. 두 권 모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나는 싫은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적당하게 둘러대고 함께 하려하지 않았고 애써 같은 자리에 있는 것도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아직도 귀가 순해지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참아야 할 말을 해버리고 나중 몹시 후회도 한다. 그런 내가 가끔 힘든 세상살이 털어놓으면 이제 우리 마음가는대로 살자 하신다. 살아보니 모든 것들이 허허로워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단다. 서울에 올라가면 한 달 이상 있을 때가 많은데 그러면 남원이 텅 빈 것 같다.
나는 누구에게 위로가 되면서 살고 있을까. 이만큼 살았으면 누군가에게 힘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따뜻한 마음이라도 나눠야 할 것 같은데 설우님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서울에서 내려오셨다는 문자가 왔다. 선생님을 만나려고 자동차 페달에 힘을 주고 있는 자신을 본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참 행복한 일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요즘 한사람의 인연으로 많이 행복하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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