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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희망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29일
오서영 편집위원회위원장

겨울의 정점에서 우리는 종종 멈춰 선 세상을 목격한다.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는 칼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단단히 얼어붙은 대지는 생명의 기척을 영영 허락하지 않을 것처럼 완고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 차가운 흙 아래에서 가장 뜨겁고 질긴 생명력이 봄이라는 약속을 향해 소리 없이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의 삶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겉으로 보기엔 고통과 인내의 연속인 듯싶지만, 그 본질을 깊게 파고들면 결국 ‘희망’이라는 하나의 단어에 수렴된다. 삶은 그 자체로 희망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희망을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나 ‘행운’ 정도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희망은 역설적이게도 절망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서 발견된다.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에서 온갖 재앙이 쏟아져 나온 뒤 마지막까지 남았던 것이 희망이었듯, 인간의 삶에서 희망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삶이 가혹하게 우리를 몰아세울 때, 그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은 지금의 어둠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즉 내일에 대한 예감에서 나온다.
정신과의사이자 작가인 빅터 프랭클은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라는 극한의 지옥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신체적인 강인함이나 뛰어난 지능이 아니었다. 바로 ‘살아야 할 이유’, 즉 미래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태도였다. 그들에게 삶은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만날 사랑하는 가족, 완수해야 할 과업, 혹은 다시 찾을 일상의 소중함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이처럼 삶은 고난을 통과하며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 있기에 비로소 삶이라는 통로를 지나갈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조건부 희망을 말하곤 한다. “성공하면 행복해질 거야”, “이 문제가 해결되면 희망이 보일 거야”라고 말이다. 그러나 삶이 희망인 진짜 이유는 우리가 무엇을 성취해서가 아니라,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그 역동적인 사실 자체에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우리에게는 새로운 24시간이라는 가능성이 배달된다. 어제의 실패를 복기하며 다시 도전할 기회, 누군가에게 서툴게나마 진심을 전할 기회, 혹은 단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텨낼 기회 말이다. 삶은 정지된 사진이 아니라 계속해서 흘러가는 강물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어둠이 결코 머물 수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희망의 증거인 셈이다.
또한 희망은 고립된 개인의 의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의 온기 속에서 희망은 더욱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다. 내가 누군가에게 내미는 작은 손길, 슬픔에 잠긴 이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는 공감 속에서 희망은 불꽃처럼 번져 나간다. 현대 사회는 유독 각자도생을 강조하며 우리를 외롭게 만들지만, 고립은 절망을 키우고 연대는 희망을 키운다.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나도 당신과 같다”고 말해주는 그 짧은 연결의 순간이야말로, 삭막한 세상에서 삶을 지속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된다.
삶은 결코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때로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방향을 잃기도 하고, 출구 없는 터널을 걷는 듯한 막막함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터널이 어두운 이유는 그 너머에 반드시 밝은 빛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파도가 거친 이유는 바다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희망은 거창한 구호 속에 있지 않다. 오늘 저녁 가족과 나누는 소박한 식사, 길가에 피어난 풀꽃의 생명력, 그리고 내일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묶는 당신의 묵묵한 뒷모습 속에 희망은 깃들어 있다.
결국 삶은 그 자체로 거대한 희망의 기록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반전의 기회는 늘 우리 곁을 서성인다. 그러니 오늘 하루가 비록 고단했을지라도 스스로에게 나지막이 속삭여주자. 살아내느라 정말 애썼다고,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빛날 것이라고 말이다. 그 사소하고도 단단한 믿음이 모여 우리의 위대한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희망의 숲을 이룰 것이다. 삶은 희망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살아가는 그 걸음걸음이 곧 희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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