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4-21 13:30:0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3:00
·12:00
··
·12:00
··
·11:00
·10:00
·09:00
·17:00
··
뉴스 > 기획

정성수의 시 감상 <밑동 잘린 나무>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5일
 
밑동 잘린 나무 - 김정구 

남은 것은 흩날리는 환지통의 입자들뿐이고
수천 잎의 숨은 멎고 넓은 그늘의 품은 찢겨나갔다
초록의 염원 대신 질척이는 도시의 매연만 감돌고,
날개를 접은 새의 유골 대신 날 선 기계 소리만 공기를 벤다
정수리 위로 단단한 그림자가 지나간다
오늘도 나는 마른 창에 낀 녹슨 시간을 긁어낸다
이해의 모서리도, 설득의 곡선도 없다
오직 숫자로 기재된 시체만이 모세혈관처럼 차갑게 남는다
나는 아직 수액이 멎는 곳까지 가보지 않았다
다만 먼저 낙엽 진 이들의 시린 발목을 잠깐 보았을 뿐이다
그들의 행군과 다를 게 있을까
처음엔 흐린 습기가 눈시울을 덮고
그 다음은 아예 메말라버린 우기가 올 것이다
늘 거기 있었다고 믿었는데
둥글게 말린 슬픔의 나이테만 선명하다
아이들은 교문을 통과한다
파란 잎의 무게를 견디는 어린 신목(神木)
때 마처 내리는 봄 비가 마중한다

*환지통 : 몸은 없는데 통증만 남아 있는 상태




□ 작가의 말 □

아름드리 나무가 잘려 나간 모습을 보면서 몸은 사라지고 통증만 남은 현대인의 삶을 비유하고자 했다. 성과와 속도만을 요구받는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의 초상도 드러내고자 했다.
현대사회는 초록 내음 대신 매연이, 새소리 대신 쇳소리만이 자연의 상실과 더불어 인간적 삶의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마른 창을 긁는 행위는 숫자와 결과만 남은 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먼저 떠난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삶의 유한성을 성찰하게 한다. 아이들이 학교로 향하는 모습은 상실 속에서도 생명의 흐름으로, 나무가 베어져도 새순이 돋듯, 미래는 여전히 자라고 있음을 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2월 05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익산시, 도시 전체를 화려한 꽃정원으로  
전주권 최초 4년제 K뷰티융합학과, 미래 뷰티 인재 키운다  
벚꽃 지나간 자리 초록으로 물든 고창의 봄  
밥은 줄었지만 가능성은 커졌다… 쌀 가공식품의 미래  
전북, 상설공연으로 ‘체류형 관광도시’ 도약  
전북 건강검진, ‘스마트 시대’ 열렸다  
유정기 전북교육감 권한대행, “흔들림 없는 교육만이 답…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 없다  
닫힌 은행이 열린 미술관으로, 군산 원도심에 활력 더하다  
포토뉴스
전북도립국악원 목요상설 공연…창작 중주로 국악 재해석
전통 국악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창작 중주 공연이 도민들을 찾아간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은 오는 2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예술회관 어린이극장 개막…가족 공연 나들이 본격화
전북 지역 아동과 가족 관객을 위한 공연 프로그램이 본격 운영된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은 오는 5월부터 11월까지 ‘2026 전북예술회 
국악으로 한·중 청소년 교류 확대…남원서 상호방문 추진
국립민속국악원이 국악을 매개로 한·중 청소년 교류를 확대한다. 국립민속국악원은 최근 사천성 청소년 교류단과 만나 전통예술 기반 청소년 교류  
전주페이퍼, 한지박물관 30년 무료 운영…전주 문화공헌 ‘눈길’
전주페이퍼가 전주한지박물관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 문화공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무주산골영화제 손구용 감독 선정…작품세계 집중 조명
초여름 대표 영화축제 무주산골영화제가 차세대 감독 조명 프로그램을 통해 동시대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선보인다.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