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뛰는 이유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8월 24일
형효순 수필가
가슴에 통증이 짧게 지나가곤 했다. 때로는 숨을 쉬기가 벅찰 때도 있어 심장 촬영을 했다. 약을 먹은 뒤 1시간이면 맥박이 60으로 떨어져야 찍을 수 있다는데 웬일인지 맥박은 내려 갈 줄 모르고 고집을 피웠다. 몸을 에워싼 비행기 같은 물체 안에서 죽음을 생각해본다. 선한 척하며 살기도 했고 잘못한 일도 내 마음대로 합리화 시켜놓고 모르는 척하며 살기도 했다. 아무튼 기계가 몸을 스캔하는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 혼 줄을 내려는 저승사자처럼…. 죽는 다는 사실 앞에서 초연했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국가를 위해 정의를 위해 당당하게 희생 했던 사람들도 많은데 행여 자기 한 몸 잘못 될까봐 불안한 자신이 부끄럽다. 사람이 살고 싶은 본능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은 전쟁터에서 총알이 날아오면 순간 아기를 앞세운다는 말이 있어 얼마나 비열한 생존 본능인가 비난했던 자신이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죽는다 해도 그다지 애석할 나이는 아닌데도. 화면으로 본 내심장이 낯설다. 혈관이 지나가는 선과 피를 공급하며 뛰는 붉은 심장이 내 것이라는 사실도 낯설다. 평소 숨을 쉰다는 자체가 고맙다거나 감사 한 적도 없었으니 몸 안에 심장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사진 찍기가 힘들었던 것은 쓸데없는 고집과 참을성이 부족해서 일까. 태어나 죽을 때까지 혈액을 내보내는 작용을 하는 심장心臟, 사람들은 놀라거나 무서우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손이 올라간다. 그만큼 우리 몸 중 가장 중요한 장기라는 뜻으로 마음 심자가 쓰인 까닭이겠지. 소녀 시절 한 마을에 사는 오빠와 노을이 붉게 물든 방천에 앉아 노래를 함께 불렀다. 어둑해진 방천길을 손잡고 돌아오는데 까닭 없이 심장이 콩콩 뛰었다. 내 심장은 그때 연분홍빛이었을까. 흔히 자식을 보내고 사는 부모의 가슴은 까맣게 타버렸다고들 한다. 얼마나 아프면 붉은 심장이 까맣게 탈것인가, 그만 못해도 억눌리고 힘든 세상을 살았던 우리 어머니들은 속애피 하나쯤은 보듬고 살았다. 현재를 사는 우리도 누구나 그렇듯이 하루에도 몇 차례 아니면 일 년에 몇 번씩 감당할 수 없는 일들로 때로는 가슴이 아프고 또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내 심장이 무지개 색깔로 찬란했을 때는 아마도 손자손녀들과 처음 눈을 마주한 순간일거다.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소리가 내 귀까지 들렸으니까. 살면서 이런저런 일로 잘못 살아왔나 후회도 많지만 돌이켜 보면 좋은날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심장이 아팠던 것은 좋았던 기억은 쉽게 잊어버리고 아픈 상처는 오래 남아 쓸데없는 걱정만 해서인지 모른다. 자신을 잘 다루지 못한 벌로 한 동안 심장이 오그라드는 아픔을 느꼈을까. 몸이 아팠건 마음이 아팠건 내 곁에서 혹은 멀리서 걱정해주고 위로해 주던 다정한 인연들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나 보다. 날마다 좋은 생각만 하고 기쁘게 살려고 노력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검사결과가 나왔다. 사람에게는 오장육보 말고도 한 가지 더 보이지 않는 심보가 있는데 그 심보를 잘 다스려야 하거늘 하루에도 여러 번 변덕심한 마음을 걸러내느라 힘들었겠지. 아름다운 자연은 누구에게나 똑같지만 따뜻한 이웃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잊지 말지어다. 새삼 가슴에 손을 대 본다. 일정한 속도로 뛰는 내 심장은 아직 건강하다. 속 좁은 자신의 시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조금 더 폭넓게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일게다. 아무리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으로 욕심을 부려본들 인생은 벌어진 담벼락 틈으로 달리는 백마를 보는 것과 같은 찰나라 한다. 그리고 부싯돌의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들 그 세월이 얼마나 길며,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뤄 본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랴 했던가.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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