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 창극 ‘그 이름, 춘향’ 무대
‘열녀 춘향’ 넘어 ‘나의 이름’ 찾는다 90여 명 참여 대형 창극…남원·전주서 잇따라 공연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25일
수백 년 동안 ‘정절’과 ‘사랑’의 상징으로 불려온 춘향이 새로운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이 아닌, 권력과 억압에 맞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한 인간으로 춘향을 다시 바라보는 무대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창극단은 제59회 정기공연 및 순회공연으로 창극 ‘그 이름, 춘향’을 오는 9월 5일 남원 춘향문화예술회관과 11~1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선보인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춘향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다. 기존 춘향전이 춘향의 정절과 몽룡을 향한 사랑에 무게를 뒀다면, ‘그 이름, 춘향’은 사랑하고 거절하고 기다리고 저항하는 모든 순간을 춘향 자신의 ‘선택’으로 풀어낸다.
변학도의 수청 요구를 거부하는 장면 역시 단순히 사랑을 지키기 위한 정절의 상징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권력이 개인의 삶과 존엄을 어디까지 침범할 수 있는지를 묻고, 그 앞에서 자신의 뜻을 꺾지 않는 춘향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렇다고 익숙한 춘향전을 완전히 뒤집지는 않는다. 판소리 ‘춘향가’와 고전 ‘춘향전’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사랑가와 이별대목, 옥중가, 어사출두 등 관객에게 친숙한 주요 장면의 음악적 힘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대 규모도 상당하다. 창극단을 중심으로 국악관현악단과 무용단 등 90여 명이 참여해 소리와 관현악, 군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 전통 한옥의 기둥과 대청, 마루 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무대는 광한루에서 월매의 집, 관아와 옥중으로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 회전무대와 리프트 등 대극장 무대장치도 적극 활용한다.
특히 군무는 단순한 볼거리에 머물지 않는다. 단오의 흥겨운 축제에서 시작해 변학도의 잔치에서는 권력과 폭력으로 변하고, 옥중에서는 춘향을 짓누르는 공포와 억압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춘향의 감정과 권력관계의 변화를 소리뿐 아니라 움직임과 공간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주요 배역은 더블캐스팅으로 구성됐다. 9월 5일 남원과 11일 전주 공연에는 한단영이 춘향, 김도현이 몽룡, 장문희가 월매 역을 맡는다. 12일 전주 공연에서는 송가영과 박현영, 차복순이 각각 춘향과 몽룡, 월매로 무대에 오른다.
예술감독은 김차경, 작창 김영자, 연출 양수연, 대본 김민정, 작곡·지휘 이용탁, 안무 박기량이 맡았다.
남원 공연은 9월 5일 오후 3시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무료로 열리며 사전예매와 당일 현장 선착순 배부로 관람할 수 있다. 전주 공연은 9월 11일 오후 7시30분과 12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진행되며 전석 1만원이다.
이번 무대가 마지막에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누구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익숙한 고전의 결말을 다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춘향’이라는 이름을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한 인간의 이름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수없이 무대에 오른 춘향전이 2026년 관객들에게 어떤 새로운 울림을 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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