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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봉 마을에 가면 노인도 청년이 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25일
유인봉 시인 / 수필가

산골의 어느 마을에 새바람이 일고 있다. 마을마다 이미 옛이야기가 되어버린 청년회가 부활한 것이다. 대부분의 농촌 시골 마을은 노인회는 있지만 청년회는 사라진 지 오래다. 설령 이름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실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를 묻는다면 청년의 연령층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내가 사는 알봉마을 청년회 이야기다.
알봉마을은 난평마을의 별칭이고, 행정상 명칭은 난평마을이다. 마을 복판에 크기가 경주 천마총만큼이나 한 알봉이 우뚝 솟아 있고, 봉화산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 마을과 알을 암탉이 품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난평마을이라 불리고 있다. 풍수지리로 보아도 앞으로는 백화산을 마주 보고, 좌로는 남덕유산이, 우로는 장안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마을이다.
새마을운동을 시작하던 60년대에는 백여 가구가 살았던 마을이었으나, 반백 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60호 남짓 살고 있다. 평균 연령이 여든에 가까운 노령화를 겪고 있다. 그러니 마을의 대소사나 궂은일이 닥치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을 이장이 가진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라 한다.
그러던 알봉마을에 새로운 피가 수혈되기 시작했다. 도시로 나가 있던 육칠 년 후배 격인 육십 초반의 후배들이 하나둘 마을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은퇴하고 인생의 2막을 고향에서 시작하려는 이들이었다.
생각해 보니 배고픈 시절 고향에서의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또래의 죽마고우들과 산과 들로, 그리고 돌담길 골목에서 추억을 쌓았던 세대들이다. 애틋한 기억을 경험했던 자들만이 지난 추억과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고향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 날이었다. 고향을 지키고 노년의 부모 세대인 어른들을 섬기고 싶다며 어버이날에 마을회관에서 경로잔치를 열었다. 그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으고 객지의 젊은이들에게 취지를 알려 동참을 유도해 제법 규모 있는 마을잔치를 열게 된 것이다.
이에 저들의 마음과 생각들이 참 기특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을 한 끼 대접하기로 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고기를 굽기로 하고 오두막으로 초청했다. 모두 시간을 내서 초대의 자리에 와주었다.
먼저 자리의 취지를 이야기하고, 고맙고 의미 있는 일을 했다며 덕담을 건넸다. 그러나 한결같이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자기들의 기쁨과 보람이 더 컸다며 겸손함을 감추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면서 이참에 청년회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활동해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회장과 총무와 회계가 세워지고 가입 연령도 70세까지로 정해졌다.
스스로 참여하고 마을을 위해 봉사한다는 취지로 새마을운동의 기치와 유사한 자조·자립·협동의 봉사단체로 성격과 개념도 정했다. 활동을 위한 비용도 모두 회비로 마련하기로 했다.
회원의 참여도 마을에 사는 정회원과 객지에서 후원하는 후원회원을 두기로 했다. 회칙과 제반 활동 영역도 빠르게 마련되었다.
지난가을에는 마을 입구의 솔숲을 깨끗이 청소하고 예쁜 철쭉을 심고 둘레목을 설치해 아름답게 단장했다. 올봄에는 갈대와 억새 등 잡초로 우거진 마을 앞 냇가를 말끔히 정리해 쾌적한 마을을 만드는 데 다 함께 힘을 보탰다.
마을의 초상이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농사를 도와주는 등 궂은일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과거에는 보수적이고 큰기침하는 마을 어른들이 좌지우지했던 마을의 사업이나 큰일도 이제는 청년회가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고 적극 힘을 모아주고 있다.
마을의 상징이며 자랑거리인 알봉과 솔숲을 보존하고 자원화하는 구상도 밝히고 있다.
아이들 울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던 알봉마을의 청년회가 새롭게 부활하면서 활력 있는 마을로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마을뿐만 아니라 객지의 출향인들도 관심과 후원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알봉마을에 가면 노인도 청년이 된다는 말이 생겨났다. 고향으로의 귀촌을 꿈꾸는 후배 청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기대를 해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실감하고 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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