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속 헌신, 소방관을 기억하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0월 20일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객원논설위원
불길이 치솟는 화재 현장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 다른 이들이 황급히 탈출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불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바로 소방관이다. 소방관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하고도 숭고한 임무를 맡은 파수꾼이다. 그들의 하루는 늘 생과 사의 경계 위에 서 있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바친다. 최근 경기 부천의 금속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는 소방관들이 마주한 비극적인 현실을 신랄하게 일깨워주었다. 11년 차 소방관이었던 고(故) 김진석 소방위는 24시간의 고된 연속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겨우 20여 분 남겨두고 있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시간이었으나 화재 출동 알림이 울리자 그는 망설임 없이 선착대로 현장에 달려갔다. 동료들과 함께 건물 내부로 진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갑자기 거세진 불길과 연기에 고립되었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았으나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국민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마지막까지 임무를 다했던 그는 결국 44세의 젊은 나이에 순직했다. 황망하게 고인을 보낸 장례식장, 온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것은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일곱 살 어린 딸의 편지였다. “아빤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네요. 우린 지금 장례식장이에요. 전 알아요. 아빤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거.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 소방차 그림과 함께 적힌 아이의 글귀는 온 나라를 깊은 슬픔에 잠기게 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출퇴근길이었지만, 어느 소방관 가족에게는 영원히 가슴에 남을 마지막 인사가 되고 말았다. 정부는 고인에게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국립현충원 안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순직 소방관을 향한 추모가 이어지던 중,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언행이 현장 소방관들과 국민에게 상처를 안겼다. 추미애 지사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을 가리켜 “가장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발언했다. 목숨을 걸고 현장을 누비는 소방관들의 숭고한 노고를, 지자체 재정을 갉아먹는 부담으로 치부한 셈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추 지사는 순직 소방관의 빈소를 찾아 “사과를 바라시니까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진정성 논란을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했다. 광역단체장으로서 책임감 있게 사과하기보다는 여론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사과한다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도가 노후 소방차량 교체 등에 쓰일 필수 소방 예산 34억 5,000만 원을 삭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현장 안전과 직결된 장비 예산마저 축소한 행정이 과연 도민과 소방관의 안전을 진정으로 우려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추 지사의 행보는 도정에만 머물지 않았다. 취임 직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데 이어,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며 그를 ‘밀정’이나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에 비유하는 등 대통령과 가파른 대립각을 세웠다. 도정 안정과 민생 챙기기보다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골몰하는 모습에 여권 내부와 당원들 사이에서도 출당과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2020년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일원화되었음에도, 인건비와 사업비 상당수를 지자체가 여전히 부담하는 구조적 한계는 개선되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인사와 재정 책임을 통합해 지역 간 안전 격차를 해소하는 제도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재정 구조 개혁을 요구하는 것과 현장 소방관들의 헌신을 비하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안전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언행은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의심케 한다. 소방관들의 목숨값은 그 어떤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소방관들이 더 이상 홀로 위험을 감당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제도 정착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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