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맞은 전북고향사랑기부제, 기금 사업 혁신하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1월 04일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4년 차를 맞이했다. 열악한 주거 환경과 학령인구 급감으로 소멸 위험 지역이 다수 포함된 전북지역 내 시군들에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단비와 같은 제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도입 초기에는 출향민들의 뜨거운 애향심에 힘입어 기부 행렬이 이어졌고, 지자체마다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소중한 기부 기금을 모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제4기에 접어든 지금, 전북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심각한 정체기와 구조적 모순에 직면해 있다. 타 시도와의 소모적인 홍보 경쟁 속에 기부 액수는 한계에 다다랐고, 정작 모인 기금은 행정당국의 기획력 부재로 인해 실질적인 민생 사업에 쓰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와 전북자치도의 기금 운용 실태 자료 분석 결과, 도내 14개 시군의 고향사랑기부금 중 실제 지역 주민들의 복지 증진이나 공동체 활성화 등 목적 사업에 지출된 금액은 전체 기금의 채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 대부분이 구체적인 사용처를 찾지 못해 차년도 적립금으로 이월되거나 자치단체 금고에 보관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부자들의 선의를 무색하게 만드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기부금을 많이 모으는 ‘유치 실적’에만 혈안이 되어 대대적인 광고비를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가치 있게 쓸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고민과 기획은 실종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부자들에게 제공되는 답례품 시장의 기형적인 편중 구조에 있다. 현재 전북 내 시군들이 제공하는 답례품의 70% 이상은 지역 쌀, 고기, 전통주 등 일회성 소비재인 농·특산물 가공품에 치중되어 있다. 당초 지역 농가를 돕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전국 모든 지자체가 판에 박은 듯 똑같은 농산물 선물 세트를 경쟁적으로 내놓다 보니 기부자들은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답례품 구조는 첫해 기부했던 이들이 이듬해 다시 기부에 참여하는 ‘재기부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부자가 자신이 낸 기부금으로 고향이 어떻게 변했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단지 세액공제 환급과 농산물 답례품을 바꾸는 ‘일회성 거래’로 제도를 인식하게 만든 행정의 탓이 크다. 이제 도와 14개 시군은 고향사랑기부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모금액 순위라는 외형적 치적에만 매몰된 행정을 멈추고, 기부자가 보람과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형 기금 사업’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예컨대 단순히 기부금을 쌓아둘 것이 아니라 ‘소멸 위기 지역의 소아과 전문의 인건비 확보 사업’, ‘청년 정착을 위한 폐교 활용 공유 주택 조성 프로젝트’ 등 지역의 가장 아프고 절박한 현안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목적형 모금 제도로 진화해야 한다. 기부자가 고향의 아이들을 살리고 청년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내 돈이 쓰인다는 확신을 가질 때, 비로소 자발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부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답례품 역시 고도화해야 한다. 단순 소비성 농산물 배송이 아니라, 전북이 가진 독보적인 문화·관광 인프라를 연계한 ‘체험 및 서비스형 답례품’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도내 휴양림 숙박권, 한옥마을 체험 패스, 지역 축제 VIP 참여권 등을 제공해 기부자들이 전북을 직접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2차 소비를 창출하는 ‘생활인구 유입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정책의 성공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민생 현장과의 촘촘한 연계에 있다. 도와 시군들은 금고에 잠들어 있는 고향사랑기부 기금의 운용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대전환의 쇄신책을 내놓길 바란다. 고향을 사랑하는 이들의 소중한 마음이 지방소멸을 막는 진정한 마중물로 쓰이기를 도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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