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힘들어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29일
주일 교회에서 인근 종합병원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을 한 다는 안내 전단지를 보았다. 시간이 되어 3일 동안 교육을 마치고 자 원봉사지로 일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짝을 지어 환자를 돕는 일인데 식사보조, 말벗, 마사지, 기저귀 케어, 체위변경, 머리 감기는 일 등이 다. 일주일에 한 번 4시간 동안 봉사하는 일인데 월요팀에 소속이 되 었다. 한 주 두 주 만나게 되면 환자와 봉사자 사이에 정이 들어 월요 일이 기다려진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호스피스 완화병동에 자원봉사를 나간다. 3 인실 남자병실에 들르니 아내가 간병을 하고 있는데 젊은 부부이다. 남편이 40대 후반의 간암환자로 배에 복수가 기득 차올라 눕지도 못 하고 어정쩡하게 앉아 짜증만을 내고 있었다. 다리도 부종으로 퉁퉁 부어있다. 인사를 가볍게 하고 다가가 부은 다리를 마사지하는 데에도 감각이 별로 없는 듯했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이 형제에게 고통이 없는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청원기도를 해주는 것이다. 남편이 계속되는 통증을 참지 못하고 곁에 서있는 아내에게 “여보 너무 힘들어”하는 것이었다.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아내가 “나 도 힘들어”하는 것이었다. 오랜 간병으로 아내마저 지치고 힘든 것은 쉽게 이해가 갔다.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도 했다. 남편이 진통제를 맞고 잠든 사이 아내가 말을 이어갔다. 무 엇보다 병원비 걱정에 생활비까지 힘들다고 한다. 음식솜씨가 좋다는 주변사람들의 격려에 집 근처에 분식점을 내었는데 병간호를 해야 되 기에 그마저 문을 닫아야할지 고민 중이라는 것이었다. 한때 남편이 자동차 중고매매상을 하여 돈을 다소 모았다 한다.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느라 모은 돈 다 쓰고 이제 눈앞이 캄캄하단 다. 시어머니도 계시고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어찌하 랴. 보기에 참 딱한 상황이었다. 시어머니가 간병을 도와주시고 아내 가 분식점이라도 열심히 하여 생계라도 이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 어머님마저 몸이 불편하여 아들 병간호가 어렵다 한다. 더욱이 ‘코로나 19’로 인하여 아픈 사람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확진으로 판정되어 병상에 있는 환자와 치료를 위한 의료진들, 직장 이 폐쇄되어 실직한 사람들과 고통 받는 중소 사업자나 자영업자들, 좁은 취업문을 두드리는 젊은이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어찌 한 두 사람이겠는가? 모두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공감이 되는 말이다. 힘들고 어려 운 때일수록 바람 둑에 선 이웃들에게 다가가 지금 얼마나 아프십니 까? 라고 손 잡아주고 공감하여 줄 수 있는 소망의 선한 이웃이 되 었으면 한다. 그 다음 주 월요일 완화병동 병실에 찾아갔더니 환자가 보이지 않 았다. 지난 주간에 가신 듯하였다. 그래도 아주머니께서 걱정 하나는 덜게 되었지만 이제 가장이 되어 시어머니 모시고 딸 둘을 키우려면 녹록하지가 않을 터인데 염려가 되었다. 그간 고생도 많이 했고 성실 하고 바지런하니 어려운 세상 잘 헤쳐 나갈 듯하다. 그 가정에 주님의 사랑과 도우심이 있기를 빈다.
/김영진 시인 |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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