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화가, 3여 년 동안 미공개 작품 70여 점 선보여
이광현 기자 / 입력 : 2024년 05월 07일
문화는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뿌리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소신을 갖고 창작 활동에 열정을 불사르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작품 세계와 삶을 공유해본다. 이번은 갯벌의 흙과 숯, 한지 등을 이용한 독특한 소재로 제2의 창작열정을 불사르는 김정숙 작가를 만나봤다. /편집자주
중견작가 김정숙 국립 군산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최근 새 단장을 마친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자리한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첫 기획전시 '숨. Fullness, Calm, Wide, Deep'전을 개최했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3여 년 동안 제작한 미공개 작품 70여 점을 선보였다. 김 작가는 갯벌의 흙, 숯과 재 등을 한데 섞어 만들어 낸 이질적인 물성을 한지에 접목한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입체 회화 작품을 발표해 화단에 주목을 받고 있다. 김정숙 작가는 갯벌의 흙, 숯과 재 등을 한데 섞어 만들어 낸 이질적인 물성을 한지에 접목한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입체 회화 작품을 발표해 화단에 주목을 받았다. 이전에 꽃, 달항아리를 주로 작업했던 작가는 올해 갯벌을 주제로 새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때로는 모노크롬으로, 때로는 자연의 색을 사용해 이전과 다르게 간결하고 덜어낸 기법을 통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김정숙 작가는 대학 강단에서 30여 년째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결혼 후 경남 창원에서 살았던 그는 목포 대불대학교에서 첫 강의를 시작한 후 현재 군산대학교에서 16년째 재직 중이다. 미국, 일본, 호주, 독일, 중국, 서울 등 각지에서 개인전 32회를 개최한 국내 중견화가다.
전북여성미술인협회 회장직도 맡아 각종 협회전, 자선전을 비롯해 다양한 재능기부에도 앞장서며 세상과 소통했다. 특히 자서전을 통해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도 선뜻 나선 ‘따뜻한 손’이기도 하다. 김정숙 작가는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아코디언 선율을 들으며, 무용을 비롯해 피아노, 웅변, 합창 등 다양한 예술적 기반에서 자랐다. 특히 미술대회, 글짓기대회 등에도 각종 상을 휩쓰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고교 때 사군자를 그렸는데 미술선생께서 작품을 들고 전체 반을 돌며 극찬할 정도였다. 그 뒤 화선지에 스며드는 ‘먹 맛’에 매료돼 장래 화가가 되겠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본격 화가로서의 꿈을 키우기 위해 미대에 입학한 그가 매일 밤늦게까지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본 교수가 뒤에서 “너 하나 건지겠다”는 칭찬 한마디가 평생을 화폭에 살게 된 큰 힘이 되었다며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군산대 교수 정년을 2년 남긴 김정숙 작가는 내년 전북소리문화의 전당 전관에서 정년퇴임 기념전도 예정하고 있다. 그는 40대에 생명력이 강한 들꽃을 보며 마음이 설렜고, 50대에 주변을 포용하고자 달항아리를 선택했다. 60대에 이르니 한없이 넓고 편안하며 질퍽한 날것의 갯벌이 마음에 들어왔다. “어느 순간 갯벌 그 자체도 하나의 프레임임을 깨달았습니다. 경직된 사고를 깨뜨리고 더욱 폭넓은 창작을 시도하고자 자연의 울림을 탐색했죠. 편안하게 자아를 던져 버릴 수 있는 바다와 그 잔재가 응축된 갯벌을 화면에 조형화하면서 ‘숭고’라는 개념도 떠올렸습니다.” 화려하고 뚜렷한 형상은 사라졌지만, 미비한 존재만으로 스스로를 깨우면서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면, 그것이 숭고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 40여 년간 ‘예쁜 그림’만 그렸으나 이제는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갯벌과 숯, 한지 등 본인만의 자연 재료를 사용해 치열하게 제2의 창작활동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어떤 재료로 결합하느냐, 불확실성의 물성을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현대회화 미술의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저의 작품의 모든 에너지 근본은 갯벌에 몸을 던지기 위한 작업하기 위한 기초였다고 생각해요. 좁은 항아리를 벗어나 갯벌정도의 크기는 있어야, 저의 모든 창작활동을 담을 수 있겠다 싶었죠. 에너지가 응축된 갯벌과 함께 이 시대를 동행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작가는 오랜 기간 다루었던 물감을 과감히 놓아 버렸다. 붓과 아크릴물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에서 채취한 온갖 재료를 삽으로 짓이기고, 뭉치고, 해체해 화폭에 붙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이를 다시 긁어내고, 문지르고, 펼치면서 다양한 마티에르도 고안했다. 때로는 흑백의 모노크롬으로, 때로는 석양의 반사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으로 마감하면서 물성뿐만 아니라 작가의 보이지 않는 액션과 섬세함까지도 표출했다. 화폭에 담아내는 재료를 온전히 스스로 만들어냈다. |
이광현 기자 / 입력 : 2024년 05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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