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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공오자(桓公惡紫)

‘환공오자’는
말하자면
소리 없는
통치 명령이라
할 수 있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1일
ⓒ e-전라매일
이름 난 사람, 요즈음으로 말하면 스타를 숭배하여 그들의 행동거지나 의상 등을 흉내 내는 것은 인간 행위의 보편적 현상이다.
따라서 지도자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늘 일종의 영향력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부하들을 지도하기 위해 지도자는 그들에게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도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느냐는 결코 지도자 개인의 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때때로 자신이 통치하는 사람들의 행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제나라 환공이 자주색 옷을 좋아하자 온 백성이 그를 흉내 냈다.
환공이 이를 막으려 하자, 관중(管仲)은 내일 아침 조회 때 여러 군신들 중 자주색 옷을 입은 사람에게 그 옷이 보기 싫다고 말씀하시라고 일러주었다.
백성들은 환공이 자주색 옷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이상 자주색옷을 입는 사람이 없었다.(‘한비자’ ‘외저설 外儲說’.)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안자춘추 晏子春秋’ ‘內篇雜下’에도 실려 있다.
기원전 547년, 제나라 영공(靈公)이 즉위한 후 궁녀들 사이에 남자 복장이 유행하자 제나라 부녀들이 모두 그것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영공은 담당관에게 그러한 유행을 금지시키라고 말하면서 “남자 옷을 입은 여자를 발견하면 입고 있는 옷을 벗겨 찢어버려라”고 엄명했다.
그러나 그런 강경 조치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루는 영공을 찾아온 안영(晏영)에게 어째서 여자들이 남자 옷을 입는 유행이 근절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안영은 궁중의 유행을 먼저 금지시키면 바깥 부녀들도 더 이상 남자 복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공은 그 말에 따라 궁녀의 남자 복장을 금지 시켰다. 글부터 한 달이 채 안 되어서 민간 부녀들도 더 이상 남자 옷을 입지 않게 되었다.
‘한비자’ ‘이병 二柄’에는 “초나라 영왕이 가는 허리를 좋아하자 나라에 굶는 사람이 많이 생겼고, 심지어는 굶어 죽는 일 까지 일어났다.”는 기록도 있다. ‘의림 意林’ ‘관자 管子’에도 이와 비슷한 기록이 있다. “초나라 왕이 가는 허리의 여자를 좋아하자 미인들이 먹지 않았고, 오나라 왕이 검술을 좋아하자 사람들이 목숨을 가볍게 여겼다.”(‘한비자’ ‘이병’에도 같은 기록이 보인다.) 이런 예들은 한결같이 윗사람이 좋아하는 대상은 아랫사람이 더욱 좋아하게 됨을 말해주고 있다.
남을 다스리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대상은 그가 다스리는 사람들에게 매우 큰 작용을 미친다.
‘환공오자’는 말하자면 소리 없는 통치 명령이라 할 수 있다. 환공·영공·영왕은 제왕이라는 통치 지위에 있으면서도 이 점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고, 관중·안영이 오히려 그 오묘함을 깊이 인식했다. 현대인 들이 볼 때 이는 매우 보편적인 이치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일종의 통치 예술로 인식하기까지는 역사상 상당히 오랜 인식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런 의미에서 ‘환공오자’는 현대에 이르러 더욱 현실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정랑 언론인
前 조선일보 기자
(서울일보 수석논설위원)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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