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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과제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23일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고 시인은 노래하였다.
컴퓨터는 정보를 처리하는 전자기기다. 정보를 처리하는 게 목적이고 기기는 그 수단이다. 정보를 처 리하는 논리적 명령들의 묶음이 소프트웨어다. 이 명령들은 수학의 2진법을 활용해서 예와 아니오를 반복 하면서 이루어지는데, 스위치의 켜짐과 꺼짐으로 예와 아니오를 구현하는 기기가 하드웨어다. 이를 시인의 언어로 다소 희화화해서 얘기하자면 하드웨어는 쇠붙이고, 소프트웨어는 가슴이다.
한국의 전자산업은 하드웨어에서는 경쟁력이 있으나 소프트웨어는 약하다. 휴대폰은 잘 만들지만 스 마트폰을 작동시키는 운영체제는 만들지 못한다. 컴퓨터 기기는 잘 만들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같 은 운영체제는 만들지 못한다.
물론 하드웨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가 앱을 만드는 회사들보다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 TV수상기를 만드는 회사가 방송사들보다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
생물체의 경우에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별해서 얘기할 수 있다. 하드웨어가 몸이라면 소프트 웨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몸에 흐르는 정보와 명령들이다. 컴퓨터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분 리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컴퓨터에 같은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생물체에서는 생명과 몸 을 분리시킬 수 없다. 이 둘이 분리되는 순간 이미 생명체가 아니다. 물론 종교에서는 생명체의 혼과 육체 가 분리될 수 있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구분은 전자기기나 생명체를 넘어서 사회현상이나 문명에도 적용할 수 있 다.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눈에 보이는 것이 하드웨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소프트웨어다. 건물은 하드 웨어지만 그 건물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소프트웨어다.
산업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분이 명확하다. 한국은 그동안 경제성장과정에서 제조업 등 하 드산업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점차 소프트산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성공한 예로 K팝과 K드 라마 등을 들 수 있다. 그래도 아직은 소프트산업과 하드산업 간의 적절한 균형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정치에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있다. 하드웨어가 물리적인 힘이라면, 소프트웨어는 문화적인 힘이 다. 미국의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정치적 파워를 분석하면서 강제하는 힘을 하드파워, 끌어들이는 힘을 소프트파워라 하였다. 경제학자인 필자의 견해로는 경제력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어느 중간에 위치한 다.
전제정치를 민주정치와 대비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정치적 반대세력을 물리력으로 억압한다는 점이 다. 민주주의가 소프트파워에 기반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전제적 지도자들이 하드파워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김씨왕조도 주민을 지배하는 데 공포와 억압뿐 아니라 지도자를 신격화하는 프로그램 을 중심축으로 하는 소프트파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난공불락이다.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의 구분은 국제정치를 분석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역사상 상당 기간 지속 했던 제국들은 물리적 힘과 함께 문화적 힘을 기반으로 지배력을 유지했다. 아시아에서 국제질서의 중심이었던 중국제국은 군사적으로는 항상 불안정했지만 그 문화적 힘으로 장기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목하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도 하드파워와 함께 소프트파워를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1960년대 신동엽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했다. 여기서 알 맹이는 민족과 민중 그리고 민주주의고, 껍데기는 외세와 억압적 지배세력 그리고 전제주의다. 소프트파워 만 남고 하드파워는 가라는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서로 보완적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역량을 더 업그레이드하는 게 한국의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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