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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친구 사이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22일
친구가 무엇인가? 예로부터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 친구에 그 친구라는 말도 있어 왔다. 좋은 친구를 만나야 좋은 사람이 된다 하였다. “옛적에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손주를 가 만히 들여다보니 못된 친구와 휩쓸려 놀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손주를 불러 좋은 친구를 가려 놀라고 주문을 하였단다. 이에 손주가 그 친구는 말이 거칠고 거짓말을 잘 하지만 힘이 없는 친구들 편에 서는 의리파라는 것이었다. 친구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 으니 친구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을 받아들인다 하였다. 이 말을 듣 고 심히 걱정을 하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 손주를 불러 부엌 광에 있 는 연탄 한 장을 손에 들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연탄을 내려놓아라. 그리고 손바닥을 보라고 했다. 손바닥은 연탄 가루가 묻어 까맣게 되 어버린 것을 보고 놀라더라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거봐라. 네가 연탄 한 장 가져오는 것이 목적이었지 손을 까맣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 잖느냐? 하시며 손주를 깨우치게 하였다”는 말에서 근묵자흑(近墨者 黑)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도대체 친구가 무엇 이길래? 가정과 직장을 내려놓고 친구 병간호 를 위하여 나선다는 말인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분 들은 온갖 정성을 다하여 진실로 친구의 본분을 다하고 있었다.
57세 간암 최O준씨는 침대를 45도쯤 올려놓은 체 옆으로 누워 지 나가는 사람들을 삐딱하게 바라보고 핀잔을 주는 습성이 있어 좋게 보이질 않았었다. 도울 일이 없겠느냐는 물음에도 ‘내버려 두세요’가 대답이었다. 따로 병문안 오시는 분들도 눈에 띄지 않았고 오직 검 은 피부의 친구가 병상을 지키고 있었다. 식사 때가 되면 먹지 않겠 다는 환자에게 친구가 달래어 조금씩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보면 보통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침상에 다가앉아 냄비에 누룽 지를 만들어 먹이기도 하고, 라면을 끓여 한 젓가락씩 먹이는 경우도 있다. 아내를 넘어 어머니의 자식 사랑처럼 보였다. 보니까 미역국이 며 콩나물국도 자주 끓여 준다.
친구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들은 무슨 관계일까? 하루 이틀도 아니 고 한 달을 지나 삼 개월 씩이나 간병을 하고 있다. 돌보는 친구가 가 족실에 나와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알게 되었다. 둘은 한 때 직장 동료 였다고 한다. 자기가 장염으로 한 달간 입원하여 고생을 할 때 아내는 직장을 나가야 되기에 이 친구가 돌봐주었다고 한다. 이제는 친구가 아파 누워있으니 자신이 돌봐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친구 는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친구가 술을 너 무 좋아하여 간암이 생겼는지는 몰라도 수술을 하고 항암까지 하였 는데도 예후가 좋지 않아 호스피스 병원으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친구에게는 가족이라곤 누님 한 분이 계시는데 직장을 다니기에 자주 못 오시고 한 번 씩 김치와 마른 반찬을 해가지고 오신다는 것 이었다. 그래서 자기가 친구가 갈 때까지 돌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친구는 부지런하기도 하다. 남자가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이 드는 데 병상의 친구를 돌보랴, 씻어주랴, 세탁하라, 무엇보다 친구가 병이 깊어지면서 짜증이 심해지고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니 대신 아플 수 도 없고 괴롭다고 한다.
자기가 친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다 한다. 툴툴거리고 저리 보 여도 친구는 직장에서 의리파, 정의파였다 한다. 힘없는 사람들의 편 에 서고자 하였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 한다. 그래서 친구가 좋 아 가까워지려는가 하였더니 이렇게 몹쓸 병을 얻어 친구를 잃게 되 었으니 참담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친구가 친구를 붙들 고 펑펑 울고 있는 것이었다. 결혼도 해보지도 못하고 자식도 없이 저 리 가면 어찌되겠냐며 친구가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그간 밥이나 제 때 해먹었겠냐며, 술로 배를 채웠으니 오죽 했겠냐는 것이다. 그래도 자신은 처자식이 있다고 한다. 다니던 직장에 친구 병수발 을 위하여 3개월씩이나 휴가를 내고 내려오는 일에도 아내가 적극 지원하여 주었다고 한다. 부창부수라더니 좋은 부부이다. 친구는 3개월 이 되던 날 밤 12시를 지냄과 동시에 눈을 감았다.
병원 장례식장에서 이틀 상으로 장례식이 치러졌다. 유골을 강물 에 뿌려달라는 부탁이 있었지만 그리 보내기가 안타까워 납골당에 봉안하였다는 것이다. 친구는 서울에 올라간다며 친구가 살던 아파 트에 찾아가서 옷가지며 짐을 정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끝까지 친구를 돌보는 지극정성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 친구를 통하여 각박해져가는 세상에서 살아갈 맛이 나 는 이유를 발견하였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의 찬란함을 보듯이 기쁨 이고 희열이었다. 우리 삶에서 우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알게 되 는 시간이었다.

/김영진
시인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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