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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을 문학산책] 체조경기장의 소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05일
ⓒ e-전라매일
오랫동안 축구선수생활을 한 사람이 축구장 대신에 체조경기장으로 가는 걸 보고 그 이유를 묻는 이가 있다. 내가 체조경기장에 자주 들리는 이유는 축구장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그곳에서는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체조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신체 특유의 선(線)과 고도의 기(技)를 연결하며 실연(實演)하는 역동적인 경기이다. 모든 연기가 공중에서 이루어지지만, 마무리는 경기장 바닥에서 이루어진다.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며 마무리를 할 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다. “힘”이다. 옆에서 응원하는 동료선수나 감독 코치들이 다함께 발을 구르며 힘차게 외치는 소리이다. 관중들은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 그저 응원하는 자들이 외치는 ‘파이팅’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나는 그 “힘”이라는 소리가 듣기에 참 좋다.
모든 경기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자세(form)’이다. 흐트러지지 않고 균형이 잡힌 모습으로 깔끔하게 연기하는 걸 보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반면에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별로 볼품이 없다. 그 이유는 더 잘하려고 몸에 들어간 힘 때문이다. 힘이 들어가 몸의 유연성이 사라지고 경직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기 전에 감독이나 코치들로부터 귀가 아프게 듣는 말이 있다. ‘연습은 실전처럼 그리고 실전은 연습처럼’이다. 잘하려고 긴장하지 말고 연습하듯이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그 말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체조경기의 마무리 동작인 착지를 할 때, 옆에 있는 동료선수들이나 감독 코치들이 큰소리로 “힘”이라고 외치는 이유다.
체조경기장에서 들을 수 있는 ‘힘’이란 소리는 관중들이 힘을 내라고 외치는 ‘파이팅’과는 다르다. 힘을 내어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이 아니다. 과유불급이니 평소대로 몸에서 힘을 빼고 부드럽게 마무리를 하라는 주문이다.
생선을 먹을 때도 ‘힘’이 중요하다고 설파한 이가 있다. 약팽소선(若烹小鮮)이라고 말한 노자이다. 살이 부서지기 쉬운 작은 생선을 요리할 땐 힘을 들여서 자꾸 앞뒤로 뒤적거리지 말고, 힘을 빼고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억지로 하지 말라는 무위(無爲)의 가르침인 이 말은 자기의 힘만 믿고 고집대로 밀어붙이는 것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다.
체조경기를 관람한 일이 없어서 ‘힘’의 의미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직접 생선을 구워 본 일도 없어서 약팽소선이란 말도 모른다. 무위란 말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그들은 팔에 완장을 차고 있고, 손에는 하나같이 조자룡의 헌 칼이 쥐어져 있다. 눈에 거슬리고, 발에 차이는 것은 다 치워 버리겠다는 듯이 목과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다닌다. 가슴에 배지를 하나 달면 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이 더 등등해진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권하고 싶다. 의사당보다 먼저 체조경기장으로 가라고. 그곳에서 ‘힘’의 소리를 듣고 진정한 의미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희근 수필가
전주문협 이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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