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무엇으로 사는가?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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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은 유난히 힘든 해다. 코로나 19, 폭우, 폭염, 태풍까지 엎친 데 덮쳐 어디에 맘을 두어야 할지 몸을 두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봄과 여름을 보냈다. 특히 지난번 폭우와 태풍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수재민이 발생한 상황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재해다. 오래전 재미있게 읽은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불현듯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을 남에게 나누어 줄 때 값지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이다. 나는, 이런 현실 속에서 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하며 사는가를 물었다. 먼 산 불구경하듯 살고 있는 내가, 몰라라 등 돌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굳이 변명하자면 코로나 19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전국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고 깜깜이 환자가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하니 한 발 내딛기가 두렵고 무섭다. 더군다나 학교에 가지 못한 어린 손녀들이 사흘거리 드나들고 있으니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예방 차원에서 얼마나 온당한 핑계인가? 사실 더 큰 이유는 나와 가족만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가족이 무사하니, 무심한 것이다. 단 한 번도 자원 봉사할 곳을 찾아보지도 않았고 봉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도 하지 않았다. TV에서 수해 현장이 보도되면 눈을 돌리고 귀를 닫는다. 가슴 깊은 곳에서 밀고 올라오는 그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전이되는 게 싫었다. 몇 십분만 달려가면 수해 현장이다. 벼 한 포기라도 일으켜 세우고, 집안에 쌓인 토사를 한 줌이라도 걷어내야 하는데, 서랍장에 쌓아둔 새 수건을 꺼내서 눈물 땀을 닦아드려야 하는데……. 나는 내 안에 있는 사랑을 꽁꽁 싸안고 현실을 방관하며 산다. 누군가를 돕는데 무슨 계획과 방법이 따로 있을 리 없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적어도 내가 지나간 자리만큼은 수해로부터 복구될 것이다. 나와 내 친구와 가족들이 돕는다면 또 그 자리만큼은 정리되지 않겠는가? 그해 농사로 그해 살림을 해결해야 하는 농촌, 수많은 농작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집은 폐허다. 상가를 잃어버린 상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직도 차디찬 강당 마루바닥에서 새우잠을 주무시는 고령의 어르신들 머리맡에 가을은 벌써 서늘히 와 있다. 나라와 우리와 내가 지금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 톨스토이 단편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사는가?」에서 인용
/심옥남 시인 전북시인협회 편집위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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