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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24회-최후의 만찬 11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27일
산도 설고, 물도 선 이국땅에서 민영은 남편도 없이 홀로 어린 두 아이를 돌보고 있는 터다. 이런 상황인데 J일보 기자는 샌디에이고에 있는 호걸의 자택 앞에서 적어도 이틀 동안 잠복 취재를 했다. 그렇게 해서 작성한 기사를 미주 지역의 매체인 ‘KD’에도 게재했다. KD는 J일보와 관련된 미주의 한인 미디어 정보 포털이다. KD의 지난 달 10일자 기사의 일부다.

‘…민영 씨는 전날 밤 미니밴을 몰고 나갔다가 이 날 차를 다시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민영 씨는 남편의 행방에 대해 한국이나 미국 어딘가에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호걸 씨가 소환을 받고 이미 한국행을 택했음을 암시했다.(인터뷰는 민영 씨가 문을 열지 않아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진행됐다.)…’

잠복 취재를 했던 J일보 기자는 울먹이면서 인터뷰에 응한 민영에게 이런 질문도 던졌다.

“호걸 씨가 스탠퍼드대학 MBA 과정 당시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호화 생활을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1억 원으로 알려진 폭스바겐 투아렉은 2003년형 중고를 만 달러에 산거구요. 3천600백 달러의 렌트비는 남편 회사의 주재원 지원비로 충당한 것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지금 심정은 어떻습니까?”

“아이들이 걱정 됩니다. 남편은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 때문에 그렇고, 저는 전직 대통령의 며느리라는 신분 때문에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내 하겠습니다.”

현직 대통령인 메이히로가 전직 대통령인 봉하노송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혈전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지 꽤 오래다. 칼자루를 쥔 현직 대통령의 공격에 전직 대통령은 속수무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물 만난 고기 마냥 날뛰었다. 마치 권력의 주구 또는 금력의 시녀처럼 말이다. 메이히로 정권에 빌붙어 전직 대통령의 처자식은 물론이고 사돈의 팔촌까지 뒤를 샅샅이 뒤졌다. 이 때문에 호걸과 민영 등 봉하노송의 가솔이 감내해야 될 고통은 혹독했다. 봉하 사저의 참모진 등 측근들의 처지도 매일반이었다. 영락없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었다.

호걸이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것은 지난 2006년이다. 그가 진학한 곳은 스탠퍼드대학 MBA, 즉 경영학 석사과정이다. 그 해 9월 개학에 맞춰 호걸내외는 겨우 배뚤배뚤 걷는 세 살배기 딸 방울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유학길에 오르면서 호걸은 학비와 생활비 등은 자비로 부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차대 게이트 발생 이후, 호걸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 전세비 등을 빼서 마련한 2억 원으로 2006년 6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유학경비를 충당했고, 이 마저도 쓰고 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은 ‘수입도 없는 유학생이 골프를 치고 고급차를 몰고 다닌다.’고 비난했다.

‘…호걸 씨의 미국 유학 생활이 의문투성이다. 검찰 수사 정황, 언론 인터뷰 등을 종합해보면 호걸 씨는 2년 여 간의 미국 유학생활 동안 뚜렷한 수입이 없는데도 고급 주택에서 살면서 골프를 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언론은 이런 식으로 인신공격을 하면서 호걸을 박차대 게이트와 관련된 범죄자로 엮으려고 펜촉을 날카롭게 세웠다. 그렇지만 오늘까지 호걸을 포함한 봉하노송의 식솔 중 구속된 사람은 없다.

‘방울이 애미야, 고맙고 미안하다. 평범한 시아버지를 만났더라면 이런 고통을 당하지 않아도 되고, 방울이의 돌잔치도 번듯하게 치렀을 텐데…그래 내가 염치도 없고 면목도 없다만 핸드폰 영상으로 왕솔이의 얼굴을 꼭 한 번 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꺼나?…’

봉하노송은 오늘밤 왕솔이의 얼굴을 보지 않고 이승을 떠난다면 그 한이 구천에 사무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솔아! 이 못난 할아버지 때문에 집안 식구들이 네 돌잔치를 챙길 겨를이 없었나 보다. 정말 미안하다. 돌잔치도 챙겨 주지 못한 이 할아버지를 용서해 다오.…’

봉하노송이 흥건하게 젖은 속울음으로 전하는 왕솔이에 대한 사죄는 계속 이어졌다. 속울음이 길어질수록 왕솔이를 보고 싶은 그의 마음은 더욱 사무쳤다. 그런데도 왕솔이의 얼굴을 보여 달라고 대놓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일 아침에 감행할 거사를 가족들이 눈치를 채서는 안 될 일인데다 현재 봉하부인의 손에 핸드폰이 들려 있는 탓이다.

“어머님, 죄송한데요. 왕솔이가 잠에서 깼나 봅니다. 안방에서 우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러면 얼른 가봐야 안 되겠나?”

“네, 어머님!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어 방울 애미야! 힘들더라도 잘 견뎌야 된데이.”

“네, 저는 걱정 마시구요. 어머님, 건강 유의하세요!”

봉하노송이 왕솔이의 얼굴을 핸드폰 영상으로 한 번 보여달라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애를 태우는 참인데, 민영이 전화를 끊었다. 봉하부인이 호걸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엉겁결에 방울이와 며느리한테 작별 인사는 했다. 핸드폰 영상으로 왕솔이의 얼굴을 끝내 보지 못했지만 그래 방울이 애미야! 우리 두 손주 건강하게 잘 키워다오. 그리고 내일 부고를 받더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아무 탈 없이 귀국해야 된다. 방울이 애미야, 난 널 믿는다!…’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미국에 있는 호걸의 식구들과 작별 인사를 마친 봉하노송이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밤 9시 20분이다. KBS9시뉴스가 중반으로 치닫고 있을 쯤이다. 호걸이 KBS9시뉴스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자고 했던 제안을 까먹은 모양이다. TV를 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머니, 한 잔 더 하실래요?” (계속)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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