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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46회-오래된 생각이다 19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4일
ⓒ e-전라매일
“노송님, 외람된 말씀 한 마디 올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고요, 봉하부인을 예의주시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부인께서 삶을 등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노송님이야 워낙 강하신 분이라 걱정이 없는데, 부인은 걱정 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달 하순, 지인이 전하는 이 말을 듣고 난 뒤에 봉하노송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자살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봉하부인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방도를 찾아 나선 것이다. 물론 봉하부인과 호걸 등 가족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게 말이다.
봉하노송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자살의 방법은 평소 그가 알고 있던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총기를 이용한 방법, 목을 매는 방법, 동맥을 끊는 방법, 할복을 하는 방법, 음독을 하는 방법, 물속으로 뛰어드는 방법,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방법 등이었다.
사저엔 권총이나 공기총 등 총기가 없다. 그렇기에 총기를 이용한 자살의 방법은 일단 배제시켰다.
사저엔 여러 자루의 칼이 있다. 봉하부인이 칼을 이용해서 동맥을 끊거나 할복자살을 시도 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농약 등 약물을 이용한 음독자살은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행히 사저엔 농약이 없다. 그렇지만 사저 밖으로 나가면 쉽게 농약을 구할 수 있다. 봉하마을은 농촌이라서 농약을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음독자살 못지않게 목을 맬 가능성도 매우 크다. 사저 안에서 언제든지 시도할 수 있다.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자살의 방법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붕 낮은 집’으로 불리는 사저 안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사저 밖으로 외출을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 투신자살 외에 다른 자살의 방법엔 고민이 따른다. 실패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독한 마음을 먹고 은밀하게 자살을 시도했는데 누군가에게 발견된다면 무위로 끝날 수 있다.
농약 등으로 음독자살을 시도했다고 치자.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누군가가 발견해서 응급조치를 하거나 병원으로 싣고 가면 살아남을 수 있다.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목을 맨다고 해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다 사저엔 청와대에서 파견 된 경호원도 있고, 봉하노송의 각종 업무를 돕는 비서들도 있다. 지근거리에서 봉하부인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봉하부인이 사저 안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봉하부인이 사저 밖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 투신자살을 한다면 그 장소는 어디일까.
‘혹시 저 부엉이바위가 아닐까?’
봉하노송은 혹시 삶을 등질지도 모를 봉하부인을 수시로 감시해 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부엉이바위를 바라보다가 그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사저 밖으로 나가야 가능한 일이지만 부엉이바위는 투신자살을 하기에 딱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집 사람이 저 부엉이바위에서 뛰어 내릴 수 있을까?’
봉하노송은 고개를 저었다. 그미는 겉보기 보다는 강인한 여성이다. 그렇지만 높은 부엉이바위 위에 올라가서 자살을 시도할 만큼 강심장을 갖고 있지는 않으리라.
‘만약 내가 저 부엉이바위에 오른다면?…’
봉하노송은 담배 한 대를 피운 다음 부엉이바위를 바라보았다.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내린다면 자살 성공률은 100%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자살의 방법은 보편적이지 않다. 투신자살의 경우, 아파트, 빌딩 등 높은 건물의 창문이나 옥상에서 많이들 시도한다. 그렇지만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투신자살은 흔치 않다.
그런데 건물이나 절벽 위에서 밑으로 뛰어내리는 자살의 방법은 나름대로 갖고 있는 상징성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다. 더 이상의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뛰어내렸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결코 자신은 죽고 싶지 않은데 누군가가 자기를 절벽 위로 내몰았다는 것을 몸을 던져 항변할 수도 있다.
봉하노송은 혹시 생을 등질지도 모르는 봉하부인의 자살을 막기 위한 방도를 찾던 중 투신자살의 장소로 부엉이바위가 안성맞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봉하마을의 뒷산인 부엉이바위에서 투신을 할 경우, 어떤 상징성이 있는지도 따져보았다.
그 이후, 봉하노송은 만약 자신이 이승을 등질 상황이 찾아온다면 투신자살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투신자살의 장소로는 부엉이바위를 점찍어 두었다.
‘내가 만약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린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좋을까?…’
봉하노송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달 초순이다. 자살의 방법과 장소는 미리 정해두었지만 자살의 시점을 정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했다.
지난 15일, 봉하마을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충돌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날 마을회관 스피커에서 한 시간이 넘게 흘러나오는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봉하노송은 많은 고민을 했다.
‘정말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들이 받고 있는 고통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그들이 받을 고통은 헤아릴 수가 없다. 내게 남아 있는 여생도 그들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계속)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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