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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정치 축구가 보여준 남북관계

국제 룰과 스포츠맨십에 의해 진행되는 운동 경기에까지
정치적 이유로
어깃장을 부리는
북한의 처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북한이 여전히 통제와 불통의
국가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4일
ⓒ e-전라매일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다. 공 하나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축구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이유에는 단순함에 있다. 즉 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뺏는 사람보다 앞서 있으면 되는 것이다. 공은 손이나 몸으로 뺏는 게 아닌 발로 뺏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과 사람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고작 어렵다는 룰이라고 해봐야 오프사이드 정도다. 90분 동안 공만 죽어라 쫓아다니면서 상대편 골대에 차 넣으면 된다. 그게 축구의 매력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 축구 대표팀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전을 치렀다.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 남자축구 대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과 함께 국내외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우리 취재진과 응원단의 입국이 불허되고 선수단만 평양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북한의 비협조로 관중도 없이, 생중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가 열렸다. 축구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북한은 우리 선수들이 자체 식단으로 가져간 고기와 해산물 등 식재료 3박스를 압수했다. 선수들은 북한 당국이 제공한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호텔 식단대로 먹었고, 외출은 물론 사소한 대화조차 못했다고 한다. 먹는 것까지 빼앗고 외출도 못하게 하는 북한의 행태가 비열하기 짝이 없다.
더욱 놀라운 건 우리 선수들이 평양 고려호텔에 머무는 동안 도청을 당했다는 것이다. 대표팀 수비수 권경원은(경기 당일 오전)호텔 방에서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밖을 구경하며 얘기 했는데, 점심을 먹고 오니까 커튼이 열리지 않게 고리가 단단하게 걸려 있었다고 했다. 선수들 숙소에 도청장치까지 설치하고 감시했다는데 기가 막힐 따름이다. 만약 우리 선수들이 방 안에서 말을 잘못했다간 북한 당국에 바로 끌려갈 상황이 아닌가.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이런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단 말인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은 0-0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경기는 심한 욕설 속에 전쟁처럼 진행됐다고 한다. 경기장 관중석엔 북한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곳곳을 감시하고 있었고, 선수들은 격렬한 몸싸움으로 물리적인 충돌 위기도 맞았다. 그런데 무관중, 무중계, 무승부로 끝난 남북전을 두고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는 “한국 사람들은 격분했지만 여러 사람 목숨을 살린 경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선수 다리가 하나 부러졌든지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북한 선수들이 져야 할 책임과 부담감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에서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고 한국 대표팀의 통신을 차단하며 생중계 불허, 기자단과 응원단 입국 금지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 김정은 국방위원장이다. 그의 허락 없이 그랬다가는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굳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 김일성의 이름이 붙은 경기장에서 남쪽에 패한다면 큰 망신이다. 자신들이 패하는 모습을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싫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반도 정세가 자신들의 전략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는 불만을 축구 경기를 통해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말하자면 축구를 정치도구화 한 셈이다. 하지만 국제 룰과 스포츠맨십에 의해 진행되는 운동 경기에까지 정치적 이유로 어깃장을 부리는 북한의 처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북한이 여전히 통제와 불통의 국가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이런데도 북한은 우리 축구 대표팀과 임원들에게 상식 이하의 횡포를 부렸다. 북한 눈치 보며 저자세로만 일관하던 한국 정부를 얕본 게 아니고 무엇이겠나.
내년 6월 4일에는 한국에서 2차 예선 남북 리턴매치가 있다. 그때 북한이 이번에 한 것처럼 우리 정부가 북한 취재진 입국을 거부하고 북한 선수들의 외출을 못하게 할 배짱이 있을 것인가. 정부가 북한에게 이렇게 저자세로 끌려 다니니 북한이 더욱 오만해질 뿐이다. 이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 의사를 밝힌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개최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신영규
본지 논설위원·독자권익위원
전북문단 편집국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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