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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이냐, 그냥 왕이냐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3월 24일
글 제목을 달아놓고 보니 필자가 봐도 좀 이상하다. 정조가 왕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편의에 따라 대왕으로 부르는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정조’로만 호칭한다. 정조는 다산 정약용을 중용하여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다산은 모함을 받고 강진에 유배되어 18년 세월을 보냈다. 그는 유배 중 에도 다산초당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목민심서 등 무려 600여권의 저술을 남겨 후세에 큰 경종을 울렸다. 유배가 풀린 후 고향 땅에 돌아와 독소(獨笑)라는 시를 남겼는데 날카로운 사회풍자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정조를 쓰다가 갑자기 다산으로 빠졌지만 요즘 총선을 앞두고 ‘정조대왕’과 ‘그냥 왕’이 등장한 것도 한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3월9일자 동아일보는 이 문제를 사설로 다뤘다. 여기 등장하는 정조대왕은 이재명이다. 모두 수원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정조의 화성 능행이 너무나 유명해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 박광온의원을 물리치고 공천을 꿰찬 김준혁은 이재명을 정조에 비유하는 글을 썼다.
이미 3년 전 일이다. 이 책에서 이재명의 대선 출마 선언문을 읽은 정조가 눈물을 흘렸다는 상상까지 엮었으며 올 1월에는 “왜 이재명을 두려워하는가.”라는 책을 통해 기득권에 맞서다 죽은 역사적 개혁가들과 이재명을 연결 지었다. 한마디로 이재명은 부조리에 가득 찬 이 사회의 올바른 개혁을 위하여 나타난 인물로 추켜세운 것이다. 그는 일찍부터 민주당 공천권을 거머쥔 당 대표 이재명에게 올인했다. 유튜브 방송을 통하여 이재명 생가를 방문한 사실을 밝히며 “태어난 자리 앞에 200년이 넘은 큰 소나무가 있는데 그 소나무 기운이 이 대표에게 간 것 아닌가”라는 발언도 했다. 풍수를 좋아하는 국민들이라면 이를 그대로 믿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처럼 끈질긴 풍수 동원에 힘입었는지 그는 전 원내대표를 물리치고 공천을 획득한 것을 보면 이재명에게 헌신한 보람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다음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이 ‘왕’의 호칭을 받은 사실이다. 이것 역시 수원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한동훈이 법무부장관을 그만두고 비대위원장으로 뽑혔을 때 많은 주목을 받은 건 사실이다.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이 갑자기 집권여당의 선거대표로 나올 때부터 그가 범용한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후부터 그의 행각이 놀라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장관시절 국회답변이나 거침없는 말투에서 주목을 받았기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불출마 선언 등 자신을 던진 효과는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차기 대선주자라는 말조차 나왔다. 그런데 엊그제 수원 상인연합회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상인회장이 느닷없이 “왕이 되시면 정조대왕처럼 상인들을 위한,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펴면 어떨까”라는 발언을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상인도 “맞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는 것이다. 수원남문시장이 정조 때 만들어진 시장이라는 설명 끝에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는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이 되면서 조선왕조의 전주이씨 가문이 대를 이었다는 말이 떠돌았으며 이승만 자신의 연설어조부터 “나 이승만은---”으로 시작하여 권위주의를 최대한 살렸다. 또 공공연히 국부(國父)로 호칭하였으며 부인은 국모(國母)로 불렀다. 그것이 결국 정치파동과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삼선개헌 등으로 발전하며 3.15부정선거를 낳고 4.19혁명을 촉발시킨 원인이 되었다. 모두 1인치하의 독존(獨存)이 빚어낸 비극이며 186명의 학생시민이 경찰의 총탄에 쓰러져야 했다. 민주주의를 표방한 나라에서는 절대로 제1인자를 왕으로 대우하면 안 될뿐더러 그런 조짐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 한동훈은 다행히 기자들에게 “분위기가 이상한데 이런 거 쓰지 마세요.”라고 어이없어 했다. 올바른 정치를 지향했던 정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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