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7 03:17:4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뉴스 > 기획|특집

120여 년 전 격동의 현장 ‘고창군 무장기포지’

1894년 전국 120여 개 군현 농민들이 봉기한 동학농민혁명
고창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동학농민혁명 기념탑’
강렬한 의지와 열성 횃불 형상화하다

박동현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02일
우여곡절 끝에 동학농민혁명 법정기념일이 5월11일로 확정됐다. 그간 고창, 정읍, 전주, 부안 등은 각각의 기념일을 주장하며 대립했지만 이번 정부 결정으로 각 지역은 대승적 수용의지를 보이며 수십년을 끌어온 논쟁은 일단락된 상태다. 그러나 역사학계와 기념사업회 등에선 이번 기념일 지정으로 동학농민혁명이 전국적 농민혁명의 발단이 된 고창 무장기포의 의미가 묻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20여년 전 격동의 현장 고창군 무장기포지를 찾아가 봤다.
/편집자주
↑↑ 무장기포지
ⓒ e-전라매일


고창군청에서 차로 20여 분 쯤 가면 조용한 시골마을인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에 도착한다.
널따란 광장에 동학농민혁명 기념탑이 우뚝 서있다.
기념탑의 전체적인 모형은 농민혁명의 강렬한 의지와 열성 횃불을 형상화했다.
중앙 부조 조각은 제폭구민, 보국안민의 대의를 위해 만방에 봉기할 것을 호소하고 포고문 선포의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해 당시의 비장한 모습이 느껴졌다.
주위에 꽂아져 있는 죽창은 당시 농민군이 사용한 무기로 분연히 떨쳐 일어섬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는 소나무 3그루도 보였다.
소나무는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역경에 처했을 때 더욱 푸른빛을 발하는 꿋꿋한 절개, 미래지향적인 군민을 상징하는 고창군 군목이다.
여기에 있는 소나무 3그루는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총대장 전봉준(중앙), 총관령 김개남(좌), 총관령 손화중(우) 등 3대 지도자를 상징하고, 동학농민혁명 당시 고창군으로 통합되기 이전인 고창현, 무장현, 흥덕현을 의미한다.
↑↑ 동학농민혁명 포고문
ⓒ e-전라매일

동학농민혁명에서 무장기포가 차지하는 의미

●을단위의 국지성을 넘어서지 못한 고부봉기

1894년 동학농민혁명은 전국 120여개 군현의 농민들이 봉기한 전국적인 농민혁명이었다.
이 사건이 1860년대 이래의 농민항쟁(민란)과 다른 점은 고을 단위의 국지성을 극복하고 전국적인 농민봉기였다는 점에 있다.
19세기 중반이래의 전국 70여개 고을에서 있었던 농민봉기는 대부분 각 고을의 국지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러한 고을 단위의 농민봉기는 수탈과 탐학의 당사자인 수령을 축출하고 아전들을 징치하는 데에 목표를 뒀다.
봉기한 농민들은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현실의 고통이 지방관의 잘못 때문이지 정부의 제도나 국왕의 잘못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따라서 봉기한 농민들이 고을의 경계를 넘어서거나 수령을 살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동학농민혁명도 처음에는 이와 다르지 않았다.
1894년 1월, 고부에서 봉기한 농민들은 고부군 내의 말목장터와 백산에서 2개월 가까이 머물러 있었다.
고부봉기의 목적은 군수 조병갑의 학정을 시정하기 위함이었다.
조병갑의 파직으로 고부봉기의 목적은 달성하였으나 봉기 지도부는 호남 일대의 각 고을에 호응을 요청하는 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인접 고을의 지지도 얻어내지 못하고 3월초에 후임 군수의 설득으로 해산했다.
↑↑ 공음면 구수마을 동학기포지
ⓒ e-전라매일

●중앙정부의 권세가와 탐관오리 숙청을 위한 전국적인 선언

고부 농민들이 해산한 이후, 전봉준을 비롯한 고부봉기 지도부는 무장으로 피신하여 무장에서 다시 농민들을 모아 무장기포를 선언했다.
이때의 무장기포는 고을 단위의 농민봉기 선언이 아니라 중앙정부를 향한 전국적인 농민봉기 선언이었다.
무장에서 기포한 이후 백산대회에 이르기까지 농민군 4대명의와 군율을 발표하고 전봉준을 총대장으로 하는 군사조직을 갖췄다.
결국 무장기포의 목적은 군현의 수령과 아전의 타도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권세가와 탐관오리의 숙청이었기 때문에 향리들에게도 봉기에 합세할 것을 촉구하기까지도 했다.
비록 무장포고문의 내용이 국왕을 부정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이는 명백한 조선왕조 체제에 대한 저항이었던 것이다.
무장기포가 전국적인 농민혁명으로 확대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조건은 동학 교단의 교조신원운동 경험이었다.
고을 단위의 피지배층 조직이었던 동학은 1892년부터 시작된 3차례의 교조신원운동을 통해 농민동원의 연락망과 조직망을 제공받은 것이었다.
따라서 고창 동학농민혁명의 기억과 전승은 봉건체제의 억압과 질곡의 한계를 극복해가는 농민의식의 성장과정을 기억하는 일이며 목숨까지 걸고 일어섰던 이들의 보편적 가치를 전승하는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 첫수도 고창군 동학농민혁명 선양사업

고창군의 주요 선양사업을 살펴보면, 먼저 무장기포지 성역화를 들 수 있다.
현재 무장기포지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129호(2014년 10월31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동학농민혁명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사적으로 승격해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고창군은 전봉준장군의 생가터 역시 문화재 등록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다음으로 무장기포의 역사적 의미를 역사교과서에 수록하는 일이다.
기존의 교과서를 살펴보면 동학농민혁명 발달 과정이 교과서마다 다르게 서술되고 있다.
이는 해석에 따른 적잖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고창군과 유족회 측은 동학농민혁명군의 정당성을 성립하게 한 무장포고문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고창군 유기상 군수는 “전국단위 행사에서 포고문 낭독, 지자체 주관 동학농민혁명 선양사업의 국비지원 등을 문화체육관광부와 기념재단 등에 지속 건의해 고창에서 시작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알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동현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02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사설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요일별 기획
인물포커스
교육현장스케치
기업탐방
우리가족만만세
재경도민회
기획특집
살아서 돌아오라, 살려서 돌아오라!  
김제시, 안전한 식·의약 환경조성과 감염병 예방 집중  
군산시민을 위한 일자리가 뜬다  
남원시, 스프링피크 맞아 자살 사망 예방 집중관리 총력  
초록물결 ‘제21회 고창 청보리밭축제’ 로 오세요  
깊은 고민으로 공간에 입체감 입혀… ‘희망의 장수’로 새단장  
‘드론실증’ 통해 남원형 드론 활용서비스 모델 구축  
공감과 소통으로 민원서비스 듬뿍! 민원만족도 채움  
포토뉴스
전북대, ‘글로컬대학 비전선포식’ 개최
전북대는 25일 국제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글로컬대학 비전선포식’을 개최했다. <사진>이날 비전선포식에는 양오봉 총장을 비롯해 교 
국립전주박물관, ‘문방사우를 찾아라’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누리과정(5~7세)과 연계한 단체 교육프로그램 문방사우를 찾아라를 4월부터 7월까지 총 10회 운영한다. &l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문화 세계화를 위한 발판 마련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 이하 전당)은 지난 4월 3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방문해 ▲세종학당재단의 유럽거점과의 전통 
국립군산대학교 김정숙 교수, 개인전 ‘숨’ 개최
국립군산대학교 미술학과의 김정숙 교수가 오는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개인전을 연다.이번 전시회는 전북 
전통문화전당 전주공예품전시관 공예주간 전라도 일반참여처 모집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이 ‘2024 공예주간’ 행사에 함께할 전라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예 작가와 단체 등의 일반참여처를 오는 17일까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55. 남양빌딩 3층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인·대표이사/회장: 홍성일 / 편집인·사장 이용선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