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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이 낳은 출향 예술인- 국내 최고의 광대·소리꾼 임진택 명창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18일
김제 출신의 연극 연출가 겸
창작판소리 명창
ⓒ e-전라매일

국내 최고의 광대이자 소리꾼인 임진택. 그는 1950년 전북 김제에서 출생했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불의와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임진택은 독보적인 창작판소리꾼이자 우리나라 마당극 연출의 선구자다.
그는 1985년 마당극 전문극단인 연희광대패를 창립했고, 1995년 마당극과 무대극을 병행할 극단 길라잡이를 창단했으며, 1989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가 하면, 이후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의 대표를 맡아 민족예술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로 활동해 왔다.
그가 제창하고 실천한 가장 중요한 업적은 ‘마당극’ 창출이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개념이지만 그때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고 단어조차 없었던 생소한 장르인 ‘마당극’의 미학을 제시한 것. 임진택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이는 한국연극사에 있어 거의 개벽적인 수준의 ‘오래된 미래, 전통의 재창조’이며, 세계연극사에 있어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다.
또한 그는 서울대 재학 시절, 우연히 보성소리의 명인 정권진 명창의 수궁가를 듣고 판소리에 푹 빠졌다. 허나 그의 관심은 옛판소리를 그대로 배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판소리를 창작하는 쪽에 있었다. 그가 영감을 얻은 것은 시인 김지하의 담시들. 그는 김지하의 담시들을 원전으로 해서 독재에 저항하고 시대를 풍자하는 획기적인 창작판소리를 선보인다. 이제는 전설이 된 ‘소리내력’ ‘오적’ ‘똥바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폭압의 질곡을 뚫고 강창한
‘소리내력’ ‘똥바다’

시인 김지하가 담시(譚詩) ‘분씨물어(糞氏物語)’를 발표한 것은 1973년.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어느날, 임진택은 이 기상천외한 담시에 판소리 가락을 얹어 ‘똥바다’라는 제목으로 창작판소리를 발표했다. 약 1시간 분량의 이 작품은 1985년 2월, 신촌 우리마당에서 초연됐다. 그리고 이 작품은 폭압의 질곡 속에 숨막혀 하던 청년 학생들에게 80년대 민중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그런데 광대 임진택이 김지하의 담시를 판소리로 창작한 것은 ‘똥바다’가 처음이 아니고 ‘소리내력’이라는 작품이 더 앞서있었다. 시인 김지하는 1970년에 ‘오적(五賊)’, 1972년에 ‘비어(蜚語)’ 등 일련의 풍자 담시를 발표함으로써 이 때문에 엄청난 정치적 탄압을 받았고, 그 담시를 게재한 ‘사상계’와 ‘창조’지는 폐간되고 말았다. 허나 특기할 것은 그 무지막지한 탄압과 폐간을 뚫고 김지하의 담시가 다시 새롭게 태어났다는 사실인 바, 이는 바로 사라져가던 우리의 전통예술 ‘판소리’라는 양식의 부활이었던 것이다. 1974년 12월 3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긴급조치 4호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된 사형수와 구속자들을 구명하기 위한 문화행사가 열렸다. 여기서 임진택은 그 사형수 중 한명이었던 김지하의 담시 ‘비어’ 중 한 작품인 ‘소리내력’을 판소리 형식으로 강창해 내었다. 우리 판소리 역사상 처음으로 담시라는 문학이 판소리라는 연행양식으로 재창조된 것이다.
임진택은 그때까지 판소리를 직접 배운 적이 없었다. 25분짜리 단형 판소리인 ‘소리내력’을 스스로 강창한 후에야 그는 판소리를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명창 정권진 선생을 찾아가 제자 되기를 청했다. 그리고는 스승의 특별한 배려로 불과 1년 만에 무형문화재 전수자로 발탁되어 본격적으로 판소리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이 시기 5년간은 임진택이 옛 동양텔레비전(TBC-TV) 프로듀서로 취직하여 근무하던 20대 후반의 5년과 일치한다.

민중문화운동과
민족예술운동의 선구자

임진택의 예술활동은 여타의 예술인들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자신을 그냥 ‘예술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는 자신이 하는 예술활동에 반드시 개념이 있는 수식어를 달고 싶어한다. 그 하나가 ‘민중예술’이고 또하나가 ‘민족예술’이다. 그가 그냥 연극이 아니라 ‘마당극’을 주창한 것은 ‘민중예술’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민중예술’ 개념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민중에 의한’과 ‘민중을 위한’... 연극이란 것이 특정한 전문가나 지식인들만의 전유물로 생각되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누구라도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 이러한 ‘민중연극’으로서의 핵심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열쇠로 임진택은 ‘마당극’을 제창하였다.
‘민족예술’ 개념의 핵심은 ‘민족의’ 이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라도 다 자신의 고유한 표현양식이 있나니, 남의 말과 남의 몸짓을 빌어서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말과 몸짓, 자기 생각으로 표현해내는 양식들을 찾아내고 보존하고 활용하고 재창조하는 작풍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임진택의 생각이다. 임진택은 일찍부터 탈춤 굿 판소리 민요 등 전통예술들에 눈이 갔고 그중 특히 판소리에 자신의 역량이 집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발을 디딘 곳이 바로 전대미답의 광활한 개척지인 창작판소리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실은 이 길을 앞서 걸어간 선현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분야에 앞서간 두 사람의 커다란 족적이 있으니, 한사람은 담양출신 박동실 명창이요, 또한사람은 공주사람 박동진 명창이다. 임진택은 이들과 더불어 창작판소리의 3대 계보를 이룰만큼 독보적인 경지에 다다라 있으며, 그가 개척할 미지의 땅은 아직도 너무나 광활하다.

현대의 마당판 ‘축제-페스티벌’에 전념한 시절

임진택은 나이 50을 지나면서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았다. 그가 가장 회한에 빠진 것은 젊음을 바쳤던 ‘예술운동’과 ‘문화운동’의 성과가 기대만큼 미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었다. 잠시 마당극운동과 창작판소리 활동을 접고 있을 때 다가온 것이 ‘축제’라는 문화 시공간이었다. 그는 과천에서의 ‘세계마당극큰잔치’를 시작으로 ‘전주세계소리축제’ ‘남양주세계야외공연축제’ ‘경기도실학축전’ ‘가야세계문화축전’ 등 지역 예술축제를 일구는 일에 한동안 전력투구하였다. 이때 그가 가진 생각이 ‘축제-페스티벌’이야말로 ‘현대의 마당판’이라는 관점이었다.
그러나 임진택의 ‘축제 시공간을 통한 마당 문화운동’이라는 목표는 여러 곳에서 충돌하고 좌초한다. 그 이유의 하나는 관과의 불협화음이다. 규모가 큰 축제가 갖는 정치성으로 인해 민간자율의 축제 운영이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또하나는 지역 문화예술계와의 불협이다. 각 지역의 토착 문화예술세력과 한마음으로 힘을 합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심지어는 고향인 전라북도에서의 전주소리축제 총감독을 맡아할 때도 출향인으로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임진택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 e-전라매일

암흑시대를 밝힌
대한민국 대표 광대 소리꾼

나이 60을 지나면서 임진택은 다시한번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았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시간, 이루어놓은 것이 무엇인가 돌아보니 너무도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임진택은 그제서야 그 진부한 명언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글귀가 사무쳐왔다. 그는 창작판소리 열두바탕을 만드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지난 10년간 만든 작품이 ‘백범 김구’ ‘남한산성’ ‘다산 정약용’ ‘세계인 장보고’ 그리고 ‘오월광주 윤상원가’ 등이다.
목표한 열두바탕 중에서 이제 한 반절은 해놓은 것 같은데, 70이 다된 지금 남은 작품들을 다 완성할 수 있을지 속으로는 염려가 없지 않다. 그가 지금 당장 손 대려고 하는 작품은 ‘임진택의 열사가’이다. 창작판소리의 비조라 할 수 있는 ‘박동실의 열사가’에 비견하는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잊혀진 박동실 명창을 오늘에 다시 불러내고자 하는 시도이다. 박동실은 이준 안중근 윤봉길을 택한 바, 임진택이 택한 인물은 안중근, 신채호, 이육사 3인이다.
임진택이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는 작품은 판소리 ‘동학농민혁명사’이다. 임진택은 자신이 갑오 동학혁명의 고장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난 것을 숙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방영된 TV드라마 ‘녹두꽃’을 보면서 다시한번 자극을 받았다는 임진택의 왕성한 창작이 결실맺을 날이 꼭 오기를 기대한다.
전북이 낳은 대한민국 최고의 광대이자 소리꾼인 임진택, 그가 걷는 예인의 길엔 소리의 본고장이자 멋과 맛의 고장인 전북의 자부심도 놓여 있는 듯 하다.

/서울=박찬복·서주원 기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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