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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을 문학산책] 토실토실한 가을여행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18일

ⓒ e-전라매일
가을 햇살을 머금은 바닷물은 찰랑거리며 돌과 모래를 어루만진다. 제주도 애월 바닷가에서 산책 중이다. 어깨를 마주한 친구들은 풍경에 시선을 맡기고 3일째 대화하는 중이다. 다음 관광지로 이동할 뜻은 없는 듯 풍경에 젖어든다.
여행의 참맛은 천천히 걷고, 많이 이야기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핸들을 잡은 친구는 규정 속도 준수하며 달리고 뒷자리에 앉은 우리 역시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제주 들녘 억새가 한들거리면서 행인들을 반긴다. 1년 전 네 명의 친구가 여행을 결정하고 준비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제주도로 정했다. 한 친구가 여행을 예약하고 난 뒤 큰 수술을 해 안타깝게도 함께 하지 못했다.
여행날짜가 다가오는데 친구들의 분위기가 싸늘했다. 혼자 제주도 지도를 펴 놓고 구경할 곳을 골라 일정을 짜고 친구들에게 알렸건만 호응이 없었다. 반응이 없는 계획표였지만 챙겨서 제주에 도착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친구가 한마디 한다.
“제주 하늘과 공기면 되니까 발길 닫는 대로 가게.”
십 년 만에 제주를 다시 찾았다는 친구의 눈치를 살핀다. 핸들을 잡은 친구의 의견에 웃으며 좋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내가 짠 일정은 소용없게 되었다.
첫 관광은 50분을 달려 용머리해안으로 갔다. 입구에서 커피를 한 잔씩 사서 들고 해안으로 들어갔다. 용이 줄지어 지나가는 듯 겹겹이 쌓인 바위의 무늬를 보니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을 피해 자리를 잡았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닷물 소리를 배경으로 한 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머리가 맑아진다.
여고 졸업하던 해 결성한 동기모임이니 올해 41돌을 맞는다. 모임시작부터 적은 금전출납부에는 첫 모임 날 찻값이 네 명분이 1,000원이다. 가끔 이 장부를 보면서 우리의 역사 같은 추억을 더듬는다. 일행 중 시카고에서 5년 동안 살다온 친구가 있다. 긴 세월동안 못 다한 얘기는 샘물처럼 솟아나니 이야깃거리는 끝이 없다. 용머리해안 관광 뒤 기우는 해를 보며 여장을 풀 호텔로 향했다.
둘째 날도 갈 곳을 딱 두 군데 정하고 숙소를 나섰다. 숲과 제주 돌의 절묘한 조화를 볼 수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으로 갔다. 자연 숲으로 조성된 공원이라 여러 번 왔지만 매번 새롭다. 숲은 더 우거져 산뜻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 좋다. 낙엽이 쌓인 숲 벤치에 앉아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실컷 마셨다. 숲을 지나니 공원 중심에 억새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에서도 친구들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직접 보는 것이 최고라며 사진 찍는 것도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다. 카메라를 든 나는 억새 곁을 지나가는 친구들 뒷모습을 찍으며 여행의 흔적을 남겼다. 공원을 나오니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진다. 이내 쏟아진 가을비가 느릿느릿한 우리 발걸음을 아예 찻집에 묶어 버렸다.
셋째 날 제주 돌담길이 보고 싶다는 친구를 위해 애월 바닷가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어제 가을비가 지나간 뒤라 하늘은 더욱 코발트빛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내리쬐는 햇볕의 열기를 식히지 못하는 날이다. 검정 돌과 쪽빛 바닷물, 바람을 한꺼번에 품으며 바닷가를 거닌다. 우리 나이 예순하나를 기념으로 온 제주여행 3일은 유난히 토실토실한 여행이다.

/황점숙 수필가
사)한국편지가족 감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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