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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23회-최후의 만찬 10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23일


봉하노송은 할 말을 잊었다. 옆에서 봉하노송과 방울이의 영상통화를 지켜보던 호걸이 참견하려는 찰나 미국에 있는 호걸의 아내 민영의 얼굴이 핸드폰 액정에 나타났다. 민영이 방울이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 든 모양이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민영이 다짜고짜 봉하노송에게 사죄했다.

“아니 방울이 애미야, 뭐가 나한테 죄송하다는 거노?”

“아버님, 방울이가 쓸 데 없는 소릴 한 것 같습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애지만 뭔가 느끼는 게 있어서 그러것제. 그건 그라고 우리 왕솔이는 어디 아픈 덴 없나?”

“네, 아버님! 덕분에 무럭무럭 잘 크고 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이 왕솔이 돌이었나본데 챙기지도 못하고 지나갔으니 시아버지로서 할 말이 없다.”

“아버님! 왕솔이 돌잔치가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의치 마시고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봉하노송과 민영 사이의 영상통화를 지켜보고 있던 봉하부인이 오른손으로 “전화를 바꿔 달라”는 제스처를 봉하노송에게 보냈다. 봉하노송은 그미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방울 애미야, 나다.…”

봉하노송은 봉하부인과 민영 사이에 주고받은 통화 내용을 귀담아 들으면서 근래 민영이 겪고 있을 고통을 헤아려 보았다.

민영은 호걸의 대학 동문이다. 나이는 호걸이 세 살 위다. 민영은 대학원 재학 중 호걸을 만났다. 민영의 친정아버지는 김해시 H농협 전무 출신이다. 봉하노송과 민영의 친정아버지는 고향만 같을 뿐 사돈관계를 맺기 전엔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호걸과 민영은 봉하노송이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던 해인 2002년 12월 성탄절에 결혼식을 올렸다. 민영은 지난 2004년 1월에 딸 방울이를 출산했고, 작년 5월에 아들 왕솔이를 출산했다.

방울이가 태어나기 전, 민영은 만삭의 몸으로 서울의 모병원에서 출산준비와 건강검진 등을 받았다. 이 때 봉하부인은 몇몇 청와대 인사들에게 “맏손주가 곧 태어납니다. 순산했으면 좋겠어요. 호호호!…”라고 임박한 출산소식을 전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04년 1월 14일 청와대는 “대통령의 아들 호걸 씨의 부인 민영 씨가 새벽 2시 30분 경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고 발표했다. 비로소 봉하노송은 할아버지가 되었고, 그미는 할머니가 되었다.

봉하노송은 2004년 신년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가 맏손주 출산을 축하하는 인사를 전하자 “모처럼 기쁜 일이 생겼습니다. 올해는 좋은 일이 계속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방울이가 태어난 그해 1월 14일은 공교롭게도 봉하부인의 쉰 일곱 번째 생일이었다. 그미의 생일은 음력 섣달 스무 사흗날이다. 그미는 음력으로 생일을 쇠는데, 방울이의 탄생일과 겹친 덕분에 ‘맏손주’라는 큰 생일선물을 받은 셈이다.

봉하노송의 대통령 당선자 시절인 2003년, 그미의 생일은 양력 1월 29일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봉화노송과 그미의 결혼기념이었다. 해서 그미는 생일과 결혼기념일 축하인사를 한꺼번에 받았다.

방울이가 태어난 지 사흘 뒤, 봉하노송과 봉하부인은 산모인 민영이 입원해 있던 서울의 모병원을 방문했다. 봉하노송과 그미는 맏손주 방울이를 번갈아 안아보면서 난생 처음 손주를 보는 기쁨을 만끽했다.

보름 뒤인 2004년 2월 초, C일보는 민영이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를 열어 가족들의 사진과 사생활의 일부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민영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 중에는 봉하노송과 봉하부인이 갓 태어난 방울이를 안고 흐뭇해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그 사진들은 급히 삭제됐다.

민영은 홈페이지에 자신의 프로필과 함께 딸의 모습, 신혼여행 사진, 남편의 해외출장 사진 등 100여장의 사진을 올렸다. C일보의 보도를 본 누리꾼들이 홈페이지로 몰려들자 당황한 민영은 육아일기와 사진 등 상당수 콘텐츠를 삭제했던 것이다.

C일보의 독자의견란에는 “우리 사회가 점점 민주화가 되어서 이런 것도 가능한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었다. 하지만 “온 집안이 총선에 미쳤구먼!”이라는 비방도 혼재했다. 누리꾼들은 민영의 사생활을 두 달 뒤인 4월 15일에 치러질 제17대 총선과 연관시켜 비방을 했던 것이다.

이렇듯 민영의 신혼생활은 시아버지인 봉하노송의 대통령 재임 시절과 겹쳐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봉하노송의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그미의 평범하지 못한 삶은 계속 되었다. 박차대 게이트 발생 이후 민영의 삶은 남편 호걸의 경우처럼 고통의 연속이다.

지난 달 호걸은 한국에 들어왔다. 그 뒤 민영은 미국에서 혼자 방울이와 왕솔이를 키우고 있다. 지난 달 10일, 민영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집까지 찾아 온 J일보 기자와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남편이 박차대 회장이 봉하노송의 조카사위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의 실제 주인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기자의 이런저런 질문에 민영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모릅니다. 애기 아빠가 박 회장의 돈을 안 받았다고 하니 저는 그렇게 믿을 뿐입니다.”

집요하게 질문을 늘어놓던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

“제가 얼마나 괴로운 지는 기자님도 짐작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님, 우리는 죄인의 가족이 아닙니다. 애기 아빠가 죄를 지었다고 밝혀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집 현관문 앞까지 찾아 온 J일보 기자와 이런 전화통화를 하면서 민영은 한 없이 울었다. (계속)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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